외교·국방 장관 ‘사드’ 엇박자… 尹 “국방당국서 실무검토” 韓 “검토 안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민구(왼쪽) 국방부 장관이 29일 오전 평택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13주년 기념식에서 정호섭 해군참모총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부처입장 따라 시각차 뚜렷
전문가들 “北核위협 고조 속
외교·국방부 거꾸로 가는 듯”

외교부와 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놓고 엇갈린 발언들을 내놓고 있다. 각자 처한 부처 입장에 따라 뚜렷한 시각차도 드러내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최근 실무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취지로 진행 상황을 밝힌 반면, 당사자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미국 측 요청이 없었으니 우리도 아직 검토하지 않는다”면서 이를 부인했다.

한 지붕 아래 두 집 격으로, 외교·안보 부처 간에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한·미 양국의 개별 검토 및 비공식 협의가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부처 간 내부 분열은 향후 대미 협상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 장관이 28일 취임 1주년 계기 기자간담회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미국에서 요청이 와야 검토를 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은 외교·국방 당국 간 엇박자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한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요청이 와서 검토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결정하고도 2년 넘게 걸리기 때문에 우리가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외교부 장관이 군에서 실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기술적 (검토를) 끝낸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또 한 장관은 이날 4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 당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에게 사드 배치 문제를 물어봤더니 미국에서 결정을 못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소개했는데 당시 의제로 논의된 바 없다던 설명과도 배치된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앞세운 비대칭 전력이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을 담당하는 수장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보다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29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방부 장관이 아니면 북핵 위협에 대비한 사드 도입에 가장 찬성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면서 “오히려 외교부와 국방부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윤 장관은 지난 2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국방 당국이 실무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으며, 필요하면 정부 내에서 추가적인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이날 “외교부는 상대방의 외교 라인을 통해 여러 압력을 받는 입장이고, 국방부는 이 문제를 직접 담당해야 하는 부처라서 더 신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보영·인지현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