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vs 최경환 … ‘라이벌’관계 다시 부각

“왜 유승민 빼고 일하려 하나”
김무성, 당내회의서 崔 질책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사실상 콕 찍어 사퇴를 요구한 이후 당·청 간, 계파 간 갈등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 원내대표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이벌 관계가 다시 부상하는 형국이다.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정국 이후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주장하는 주요 인사들 상당수가 최 부총리의 측근이라는 점 때문이다. 두 사람은 한때 친박(친박근혜)계의 핵심이었지만 지금은 대구·경북(TK) 지역을 기반으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왔다.

2일 여권에 따르면 최경환 원내대표 체제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역임했던 윤상현 의원은 이번 국면에서 친박 의원들의 ‘조직화’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총회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등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가장 강하게 요구해 ‘친박 돌격대’로 불리고 있는 김태흠 의원은 최 부총리가 원내대표였을 때 원내대변인이었다. 최 원내대표 시절 원내부대표로 활동했던 김진태 의원은 지난 6월 25일 의총에서 유 원내대표의 책임론을 제기한 데 이어 트위터를 통해서도 ‘유승민 원내대표 3불가론’을 주장했다.

최 부총리는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 입각한 이후에도 이들을 포함해 자신 밑에서 원내부대표를 지낸 의원들과 정기모임을 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는 대구 동구, 최 부총리는 경북 경산·청도가 지역구라는 점 때문에 TK 라이벌로 불린다. 2011년까지만 해도 두 사람 모두 친박 핵심으로 분류됐지만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과 멀어진 뒤로는 대립적 관계가 더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당정 협의에서는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가 노출되기도 했다. 1일 추가경정예산 당정에서는 최 부총리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을 통해 유 원내대표가 당정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향을 당에 전달했고, 유 원내대표는 당정에 불참했다.

이 때문에 이날 추경 당정 후 열린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최 부총리가 참석하자 김 대표가 “왜 유승민 원내대표를 빼고 일을 하려고 하나”라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 부총리는 “지난해 주호영 정책위 의장 때도 (추경 당정은) 그랬다”고 답했고, 김 대표는 “그래도 유 원내대표가 주재하겠다고 예고가 됐는데 빼는 게 말이 되나”라고 재차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