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요정’ 타루 “요정 아닌 ‘女종’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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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집 ‘더 송 오브 송즈’

“이젠 ‘요정’이 아니라 ‘여종’의 자세로 사랑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노래를 부를 거예요.”

‘홍대 요정’ 타루(본명 김민영·사진)는 최근 발매된 자신의 정규 4집 앨범 ‘더 송 오브 송즈(The song of songs)’에 사랑에 관한 깊은 이야기를 담았다고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랑에 관한 노래들이 왜 그렇게 많을까’하는 의문이 생겼다”며 “그 많은 외침이 실은 세상에 사랑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고, 사랑의 화학적 반응을 비롯해 설렘, 왜곡된 자기애, 그리고 사랑으로 포장된 폭력에 대해 노래하고 싶었다”고 이번 앨범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삶이 힘들어질 때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게 사랑”이라며 “그래서 ‘3포 세대’, ‘7포 세대’라는 말도 나온 거다. 하지만 사랑을 잃으면 더 큰 비극이 생기기 때문에 거울 속의 자신을 보고 현실을 객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절제된 기타 연주와 감각적인 첼로 선율이 잔잔하게 흐르는 타이틀곡 ‘그대’는 ‘두려워서 사랑 못 해요/내겐 그댄 너무 빛나서(중략) 그대 숨겨진 나를 찾아줘/그래 내가 바로 그 사람/떠나지 말아요…’라는 가사가 타루의 청량한 목소리와 어우러져 마음 한구석을 찌른다. 또 ‘송 오브 송’(song of song)은 사랑에 대한 비밀스러운 고백을 담았으며 프랑스 사회인류학자 르네 지라르의 동명 서적을 읽고 만들었다는 ‘희생양’에서는 폭력이 자신과 타인에 대한 미움에서 시작됐다고 강조한다. 타루는 “목소리 톤을 조금 바꿨다”며 “나뭇결 같은 자연적 질감을 담아 읊조리듯 불렀다”고 소개했다.

지난 2월 회사에서 나와 홀로서기를 한 그는 이번 앨범 수록곡의 작사·작곡을 비롯해 녹음실과 인쇄 업체 섭외, 디자인 의뢰 등 모든 제작과정을 혼자 진행했다. 또 700만 원가량 든 제작비는 팬클럽 ‘야생타루당’ 회원 등 팬들로부터 크라우드펀딩을 받아 충당했다. 타루는 “처음 목표는 500만 원이었는데 목표액보다 많이 걷혔다”며 “펀딩에 참여한 팬들에게 천연비누를 만들어 선물했고, 밥도 사줬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2007년 밴드 멜로디의 보컬로 데뷔한 타루는 홍대에서 활동하며 영화 ‘도마뱀’,‘달콤, 살벌한 연인’의 OST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또 최근 종영한 KBS 2TV드라마 ‘프로듀사’의 OST에도 참여해 큰 인기를 모았다. 그는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인기가 필요하지만 인기에 매몰되긴 싫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기를 위해 오버하다 보면 진정성을 잃게 된다”며 “가장 중요한 건 나도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타루는 ‘요정’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긴 머리를 잘랐다. 그는 “좋긴 하지만 뭔가 묶이는 느낌이 들었다. 내 나이도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며 “결혼도 해야 하는데 남자들이 나를 ‘요정’으로 보고 다가와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여식’을 거쳐 이젠 ‘여종’이 됐다”며 “나를 낮추고, 속상한 일을 들어주는 친구 같은 느낌의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