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IT 관세 철폐…시급한 기술 경쟁력

  • 문화일보
  • 입력 2015-07-2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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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 연세대 교수·경영학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24일 정보기술협정(ITA) 전체회의를 열어 201개 정보·기술(IT) 품목의 관세를 철폐한다고 밝혔다. 1996년 컴퓨터·통신기기·반도체 등 203개 IT 품목에 대해 관세를 철폐한 이후 19년 만에 무관세 IT 품목을 2배 가까이 확대한 셈이다. 이번 협상 타결로 전 세계 IT 제품의 연간 교역량인 4조 달러(약 4600조 원)의 25%에 해당하는 1조 달러(약 1150조 원) 규모의 IT 제품 시장이 무관세 적용을 받게 됐다. 협상 참가국들은 앞으로 추가 협상을 거쳐 개별 품목들의 관세철폐 기간(즉시철폐, 3년, 5년, 또는 7년)을 합의한 후 내년 7월 또는 2017년 초부터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이번에 시장을 개방하기로 한 무관세 대상 품목 중엔 우리가 강점을 지닌 IT 제품이 대거 포함돼 있어 수출 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나라는 이들 품목에서 2013년 기준 1052억 달러 (약 120조9800억 원)를 수출해 381억 달러(약 43조8150억 원)의 무역 흑자를 냈다.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가 철폐된 201개 품목 가운데 94개 품목은 한·중 FTA 일정보다 앞당겨 관세가 철폐될 전망이며, 한·중 FTA 대상이 아니었던 25개 품목도 새로이 관세철폐 대상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 이뤄진 ITA 협상은 우리에게 득(得)보다는 해(害)가 될 수도 있다. 우리의 차세대 성장엔진인 2차전지,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은 중국의 강력한 반대로 관세철폐 품목에서 제외됐다. 중국은 최근 자신감을 얻고 있는 반도체를 내주는 대신 자국의 ‘제조 강국 2025’ 달성을 위한 LCD와 OLED는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에 관세가 철폐되는 부품 대다수는 국내 전자업계가 주력으로 삼는 품목이 아니며, 세트 품목의 경우에는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만 높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KT경제경영연구소는 ‘중국의 ICT 2015’ 보고서에서 중국의 IT 경쟁력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아닌, 시장에서 새로운 규칙을 창조하는 ‘룰 세터(Rule Setter)’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단순한 모방으로 해외 IT 업체를 따라오던 중국 기업들이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게임의 지배자로 거듭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최근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인 휴대전화와 LCD 패널의 대일(對日) 수출 경쟁에서 6년 만에 중국에 추월당하는 등 적신호가 켜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내 소형 가전 시장에서도 중국 제품의 최근 성장세는 무섭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휴대전화 배터리 부문 1~5위는 중국의 샤오미 제품이며, 건강 측정계 부문 1위도 중국 체중계가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1996년 ITA의 1차 IT 관세철폐로 메모리 반도체와 휴대전화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수출국이 되는 발판을 마련하는 등 1차 ITA 협상의 최대 수혜국으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 2차 ITA 협상으로 한국이 손해를 보게 되는 반면, 중국은 세계 전자시장에서 세(勢)를 불리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 우리 경제에 민감한 IT 품목은 최장(7년)의 관세철폐 기간을 적용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와 함께 ‘IT 차이나’와 장기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핵심 IT 산업의 기술(技術) 우위를 유지하는 구체적인 국가 정책의 실현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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