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권역비례制와 오픈프라이머리 빅딜 주장, 황당하다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정치권은 경쟁적으로 ‘정치개혁’을 외치지만 매번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은 당리당략과 야합(野合) 때문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이 3일 “여야가 맞트레이드하라”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의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와 새정치민주연합의 권역별 비례대표제(制)를 모두 도입하자는 식이다. 정치개혁의 본질은 실종되고, 오히려 척결해야 할 구태인 주고받기식 거래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두 제도 모두 현 단계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나아가 차원이 다른 두 제도를 ‘타협’ 미명으로 함께 도입하자는 것은 황당한 일이다.

모든 제도에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정치제도의 경우 ‘현실적 타당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현행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를 완전히 바꾸는 것으로, 지역감정 해소에 기여하고 군소 정당의 진입을 쉽게 해 다당제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극소수의 여야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서 지역감정이 해소될지 의문이고, 그나마 의미 있는 숫자가 되려면 비례대표 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 다른 전문분야의 비례대표는 또 희생돼야 한다. 그런 취지라면 차라리 석패율 제도가 나을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정치 신인들에게 불리하고 현역에게 유리하다. 특히 다음 선거에 적용하기에는 시일도 턱없이 촉박하다.

정치권이 국민은 안중에 없고 자신들의 유불리만 따지다 보니 정치개혁에서마저 빅딜 주장을 하고 있다. 개혁은 산술평균이나 주고받기식 타협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관련 주체들의 양보와 고통 감수가 필요한데, 그런 노력은 않고 야합으로 이뤄내려 한다면 그런 개혁은 엉뚱한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최근의 공무원연금 개혁 ‘야합’만 봐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