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소년 “詩 쓰면서 몸의 슬픔도 멈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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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청소년문학상’ 뇌성마비 이시형 군

“몸에 불편함이 있지만, 남들과 다른 몸으로 태어나 남과 다른 경험을 한다는 게 한편으로는 장점입니다. 앞으로 저보다 더 잘 쓰는 사람들의 작품을 보고, 대학교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실력을 더 쌓고 싶습니다.”

서울 구암고 3학년 이시형(18·사진) 군은 태어날 때부터 앓은 뇌성마비(지체장애 1급)로 인해 양손을 잘 쓰지 못한다. 말도 조금 어눌한 편이다. 하지만 이런 불편은 그가 문학적 재능을 펼치는 데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는 최근 대산문화재단의 제23회 대산청소년문학상 고등부 시 부문에서 400여 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최고상인 금상을 공동 수상했다. 수상작 ‘멈추다’는 장애를 딛고 일어선 문학청년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내 가슴에 퍼런 싹이 트기 시작한다/몸은 멈췄지만 내 안에서 무언가가 꿈틀대는 시간/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에 흐르던 슬픔이 어느새 멈췄다”(시 ‘멈추다’ 중에서)

이 군은 지난해 가을 교내 백일장 대회에서 단편소설로 은상을 받으면서 문학적 소질을 드러냈다. 그는 부모님이 잠든 늦은 밤마다 발로 노트북 자판을 두드려 작품을 썼다. 어머니 김경숙 씨는 “어린 시절부터 글재주가 좀 있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소설을 쓴다는 사실도 백일장 대회에 작품을 낼 때 알았다”고 했다. 이 군은 “방에 앉아 게임을 주로 하다 어느 순간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서 “속에 있는 것, 늘 담아두고 살던 말들을 글로 푸니까 정말 후련했다”고 했다.

이 군은 문예창작학과 진학을 꿈꾸며 작가로서 꿈을 키우고 있다. 교내 백일장 이후 교외 공모전에도 작품을 투고하기 시작해 1년 만에 ‘김유정 기억하기 전국 문예작품 공모전’ 최우수상, 경상대 전국 고교생 백일장 차상 등 10여 개의 크고 작은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그는 “아직 부족하지만, 더 실력을 쌓아 나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을 대변하는 글을 쓰고 싶다”며 “사람들이 편견을 갖지 않고 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