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게임·性범죄… 너도나도 ‘전문 변호사’

‘○○전문’으로 활동하려면
대한변협에 정식 등록해야
해당자는 1477명뿐이지만
최근‘가짜 전문변호사’활개
징계, 작년 2건 → 올 50건

최근 성매매 단속에 적발돼 변호사를 알아보던 A(29) 씨는 인터넷 검색 중 ‘성범죄 전문변호사’가 있다는 글을 보게 됐다. 포털 사이트를 통해 질문을 남기자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연락해 와 “성범죄 사건은 형사사건이기 때문에 판결 이후 취업제한, 신상공개 등의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며 “아주 중요한 사항이기에 성범죄 전문변호사를 알아보고 상담을 받아야 한다”면서 변호사 사무실을 직접 찾아와 상담받기를 권했다. 그러나 A 씨가 주변 지인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성범죄 전문변호사는 존재하지 않는데도 의뢰인을 끌어들이기 위한 상술로 ‘전문변호사’를 내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변호사 2만 명 시대에 들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대한변호사협회에 정식 등록되지 않은 전문변호사들이 판을 치고 있다.

1일 대한변협 등에 따르면 전문변호사로 활동하려면 대한변협이 인정하는 특정 분야에 한해 등록을 마친 뒤 활동할 수 있다. 이처럼 등록된 전문변호사는 현재(7월 말 기준) 1477명뿐이다. 이들은 형사·이혼·의료·상속·교통사고 등 대한변협이 전문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분류한 특정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범죄·화재·사이버범죄·게임 전문 등 변협이 전문변호사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 ‘가짜 전문변호사’가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변호사 호칭 사용으로 징계를 받는 변호사도 크게 늘고 있다. 전문변호사제도를 시행한 2011년 이후 광고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변호사는 2013년 1명, 2014년 2명이었으나, 올 들어 8월 말까지 징계위원회에 계류 중인 사건은 약 50건이나 됐다. 이들 대부분 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대한변협 측은 예상하고 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성범죄나 사이버범죄 등은 전문변호사제도의 분류 기준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전문이라는 말을 넣는 것 자체가 규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