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푸드트럭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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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 조사팀장

올 들어 ‘쿡방(Cook+방송)’ 열풍이 거센 가운데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아메리칸 셰프’는 요리를 잘하는 남자 이야기를 다뤄 화제가 됐다. 영화 ‘아이언맨’ 감독인 존 패브로가 각본 제작 감독과 주연까지 맡았고, 더스틴 호프먼, 스칼릿 조핸슨 등이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특히 주목을 끈 것은 미국에서 ‘푸드트럭(Food Truck)의 전설’이 된 재미교포 로이 최의 성공신화를 영화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푸드트럭은 페이스북 등 SNS의 대중화와 이를 이용한 마케팅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메뉴도 샐러드, 나초, 버거, 피자, 컵밥과 지역 특색 음식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해 인기다. 코트라는 최근 시장조사업체인 IBIS 월드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미국 푸드트럭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3.6% 성장한 8억5670만 달러(약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활성화돼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손톱 밑 가시’ 뽑기 규제개혁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표 정책으로 푸드트럭 사업을 합법화했다. 당시 정부는 6000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했지만 1년6개월이 지난 8월 현재 허가받은 푸드트럭은 44개뿐이다. 나머진 불법이며 단속을 피해 운영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받는 것도 어렵지만 막상 받고 나서도 차량 구조변경 승인 등 10단계가 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9월 29일 정부나 지자체의 청사, 박물관, 미술관을 비롯,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인정하는 장소에서도 영업을 허용하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오는 15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크게 달라지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영업 지역 확대보다는 지자체가 기존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의식한 소극적인 행정과 여전히 남아있는 ‘숨은 규제’들로 쉽게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푸드트럭 전설로 꼽히는 로이 최가 한국에서 푸드트럭 사업을 한다면 과연 미국에서처럼 대박을 낼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푸드트럭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푸드산업의 발전, 그리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푸드트럭이 기존 상권과 더불어 상생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실질적인 규제 철폐와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