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韓 임상능력 세계최고… 법·제도 정비 ‘의료 한류’ 확대해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 내 지석영 선생 동상 앞에서 오병희 원장이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서울대병원의 연혁과 과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오병희 서울대병원장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6월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Sheikh Khalifa Specialty Hospital)에 대한 1조 원 규모의 5년간 운영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라스 알카이마에 위치한 이 병원은 UAE 대통령이 국가 통합을 위해 지역사회 기부 목적으로 설립한 248병상 규모의 비영리 공공병원으로, 암·심장질환·신경계질환 등 중증질환에 중점을 둔 3차 전문병원이다. 지상 5층 지하 1층에 대지면적 20만㎡, 연면적 7만2248㎡ 규모다. 이 성과는 미국 존스홉킨스·스탠퍼드 대학병원과 영국 킹스칼리지 병원, 독일 훔볼트대 샤리테 병원 등 세계 유수 병원들과의 경쟁 끝에 얻어낸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지난해 서울대병원에서만 외국인 환자 4만7000여 명을 진료해 230여 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적으로는 지난해에 26만6501명의 외국인 환자가 다녀갔고 진료수입은 5569억 원에 달했다. 5년 만에 외국인 환자 수는 4배, 수입은 10배 이상 증가하는 등 ‘의료 한류’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 흐름의 중심에 서 있는 오병희(62) 서울대병원장을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서울대병원 원장실에서 만났다. 병원장에 취임한 지 석 달 만인 지난 2013년 9월 셰이크 칼리파 병원 운영권 수주전(戰)에 뛰어들어 10개월 만에 개가(凱歌)를 올린 과정에 대해 먼저 질문을 던졌다.

―UAE 왕립병원 운영권 수주 경쟁에 참여할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입찰에 참여할 당시, 과연 우리가 그럴 능력이 있을지 병원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그렇지만 2006년 세계 속의 서울대병원으로 거듭날 것을 천명하는 비전을 선포한 이래 전담조직(국제사업본부 등)을 신설하는 등 해외 진출을 꾸준히 준비해온 역량을 기반으로, 이제는 시도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모여 참여하기로 했다.”

―세계 유수 병원과의 경쟁에서 이긴 요인은 뭔가.

“사실 스탠퍼드, 존스홉킨스에 비해서 서울대병원의 인지도는 낮다. 독일의 샤리테 병원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유명한 병원이다. 독일 노벨의학상의 반이 거기서 나왔다. UAE에서 디테일하게 조사했다. 임상 실력, 즉 환자 보는 능력은 우리가 좋다. 2002년부터 UAE에서 환자를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에 보내기 시작했다. 와서 보니 진료 성적이 좋을 뿐만 아니라 입원기간도 짧고, 여러 면에서 탄탄함을 인정한 것이다. 두 번째는, 연구나 인력에서 서울대병원의 임상 능력이 뛰어난 것이다. 미국의 클리니컬트라이얼(ClinicalTrials.gov·미국 국립 의학도서관이 미국 국립보건원 각 산하기관의 협조를 얻어 구축한 사이트)에 들어가면 2013년 기준으로 서울대병원이 전체 임상시험 건수가 세계 1위다. 세 번째는 의료정보시스템이 아주 잘돼 있다. 전산시스템을 잘해놨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우리는 적어도 UAE 병원 운영 인력의 20%는 현지에 파견하겠다고 하는 등 병원 운영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1년이 지난 현재 운영상황을 평가한다면.

“UAE 왕립병원은 암, 심장질환, 신경계질환 등 중증 환자 전문 3차 병원으로서 현재 외래와 병동, 수술실, 중환자실, 응급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 운영은 의사 40여 명 등 서울대병원에서 파견한 250여 명을 포함해 의사 70여 명, 간호사 260여 명 등 700여 명이 맡고 있다. 총 240여 개 병상 중 현재는 130여 개 병상을 가동하고 있으며, 올해 9월 한 달에만 외래환자 1600여 명, 입원환자 110여 명을 진료했다. 개원 후 총 진료 인원을 보면, 외래환자 8500여 명, 입원환자 750여 명에 달하며 각종 암 수술을 비롯해 흉부외과·신경외과 등에서 약 200건의 수술을 시행했다. 특히 위탁 계약 후 6개월 이내에 가장 난이도가 높은 심장우회로수술을 시행하는 등 신속하면서도 계획에 맞추어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모습이 현지의 다른 위탁 병원에서는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특히 큰 의미가 있는 건, 이 병원에 오는 환자가 병원이 위치한 라스 알카이마 지역 외에 두바이와 아부다비 등 UAE 전역의 1, 2차 의료기관에서 전원(轉院)된 환자이고, 15% 정도의 환자는 UAE 외 다른 나라에서 전원된 환자라는 것이다.”

―개원 반년 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비결을 꼽는다면.

“모든 진료분야에서 서울대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탁월한 역량과 풍부한 노하우가 현지 환자에 대한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또 대한민국 의료를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에서 헌신적으로 진료하는 우리 의료진의 모습이 현지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현지에 갔을 때만 해도 의사소통이 큰 걱정이었지만 일을 맡으면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한국인 특유의 근성과 열정이 밑거름이 됐다고 본다. 셰이크 칼리파 병원이 의료 한류의 상징적인 성공모델이자 중동지역의 메디컬 허브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통해 서울대병원은 대한민국 대표 의료브랜드로서 국익 창출과 국가 이미지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자부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은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인가.

“일률적으로 우리나라 의료수준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서울대병원과 같은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이라면 미국 병원의 95% 이상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또 위암 등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임이 잘 알려져 있다. 제가 올해 3월 미국심장학회에 다녀왔는데, 학회장으로부터 ‘미국은 의료특허가 줄어들고 있고, 일본은 정체돼 있는 반면에 한국은 의료관련특허가 세계 8위로 증가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대부분의 진료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한 가지 사례를 꼽는다면, 세계 최고의 명성을 가진 미국 하버드대 의대 부속병원의 제안으로 2012년 12월부터 두 병원 간 위암 환자 임상치료를 주제로 화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는 두 병원이 암 치료와 연구·교육을 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한 데 따른 것으로, 갑상선센터와 뇌종양센터와도 자문 교환을 위한 정기적인 화상회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서울대병원의 국제적인 역량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이뿐만 아니라 의료분야 가운데서도 특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임상시험에서 탁월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또 매년 세계적 학술지에 2500여 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등 세계 최상위권의 학술적 역량을 과시하고 있다. 다만, 얼마 전 발표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와 관련해 많은 언론에서 보도했는데, 기초의학분야에서는 아직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꼭 노벨상을 목표로 하기보다 기초의학분야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의 꾸준한 관심과 투자가 있어야만 비로소 의과학 모든 분야의 균형 있는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의료기관의 해외 진출을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인가.

“국내 의료는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고 해외에서도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는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으로서 국가 경제를 이끌어갈 신성장동력으로 오래전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음에도 각종 규제 등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의료기관들이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법·제도적 정비와 더불어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서울대병원에 온 해외 환자 수는 5만 명 가까이 된다. 국적별로는 몽골, UAE, 러시아, 카자흐스탄, 미국, 중국 등의 순서다. 문제는 해외 환자를 위한 독립적인 병동이 없다 보니, 문화와 종교의 차이 때문에 입원 기간에 국내 환자뿐만 아니라 해외 환자도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해외 환자만을 전담 진료하는 국제병원의 건립 필요성을 말씀드리고 싶다. 국제병원은 해외 환자에 대한 수준 높은 진료, 국제적 수준의 의료 인력 양성, 해외 의료 인력의 교육뿐 아니라 고용창출 등 의료 한류의 확대에 필수적인 구심점이 될 수 있어 건립이 절실하다.

국제병원에서 해외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다 보면 저절로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고, 또한 해외 환자에 최적화된 진료시스템 등 병원운영 노하우를 국내에서 상당 수준 축적할 수 있다. 충분한 훈련을 받은 의료인과 검증된 병원운영시스템을 기반으로 해외에 진출할 경우 성공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또 국제병원은 외국인 진료수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익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국제병원에서 교육받은 해외 의료 인력이 자국에 돌아가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되면 그로 인한 파생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

이 대목에서 오 병원장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한국국제의료협회장, 한국유헬스협회장, 국립대병원장협의회장 등을 맡고 있는 그는 국제병원 건립, 의료산업 활성화, 모바일·정보기술(IT)과 의료를 접목한 유헬스(u-Health), 원격의료 등에 대해 강한 소신을 피력했다.

―보건의료산업이 새로운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서울대병원이 미국, 유럽의 유수 병원과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UAE 왕립병원을 운영하게 됨으로써 국제적으로 역량을 인정받았듯이 우리나라 의료는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다.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으로서 국가 경제에 기여하면서도 국격 또한 높일 수 있는 유효적절한 분야가 바로 의료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고령화 추세, 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인한 문제 또한 우수한 의료기술과 IT를 접목한 선진형 의료서비스 창출 등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예측한다. 의료산업 활성화를 통해 국민건강을 증진하고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회적·정책적 논의가 시급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일각에서 의료는 공공성이 필요하다며, 산업화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료민영화하고 산업화는 전혀 다르다. 병원에서 돈을 벌어 밖으로 빼내 가지 않고 병원에 재투자하면 영리화나 민영화가 아니다. 새로운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반도체가 썼던 신화를 보건의료 쪽에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다. 5년 후가 되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때문에 이런 기회가 없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국제진료가 의료의 키스테이션이 될 수 있도록 국제병원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나라를 먹여 살릴 신성장동력으로 의료분야가 거론된 지 오래되었음에도 의료는 공공재라는 인식으로 인해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우리는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의료분야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몸담고 있고, IT는 세계적 수준임을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이라면 유헬스 산업 등 선진형 의료서비스 창출이 어렵지 않다. 고령화 시대 도래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의료서비스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의료 산업화와 공공성 강화는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관련해서, 원격의료가 논의되다가 잠잠해졌다.

“개인병원 의사들이 반대해서 그렇다. 나라 전체의 틀에서 보면 반드시 해야 한다. 이런 것으로 만성질환을 관리해서 중증질환 발생도 줄이고, 서비스 산업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1, 2차 개원의들이 많이 반대한다. 원격의료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능력이 큰 대학병원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반대하는데, 국가적으로 잘 디자인해서 1차 의료기관에 주면 된다. 예를 들어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 석 달에 한 번 약을 주면 환자는 3개월에 한 번 잰 혈압치를 토대로 약을 조절하게 된다. 그런데 1주일에 한 번씩 혈압을 재서 그 데이터를 가지고 약을 조절하면, 석 달 동안 12번의 혈압 데이터를 가지고 약을 조절하게 된다. 어느 것이 더 정확하겠나. 꼭 원격의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더 자주 콘택트(contact)가 된다. 미국은 그래서 원격의료라고 하지 않고 ‘커넥티드 케어(connected care)’라고 한다. 연결돼 있다. 더 밀접하게. 그런 개념으로 접근하면 된다.”

―우리나라 의료계가 개선해야 할 문제점은 뭐라고 보나.

“긴 대기시간, 이른바 3분 진료 문제, 입원실 부족 등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병원에서도 프로세스혁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다양한 개선방안을 찾고 있지만 병원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더욱이 우리 병원을 비롯한 유수의 대학병원들도 예외 없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의료계의 현실이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린다면 당초 의료전달체계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1, 2, 3차 의료기관의 기능을 분명히 하고 각각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의료시스템의 재정립을 통해 지원하는 등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지만 몇몇 대형병원에 경증 환자에서부터 암환자까지 몰리다 보니 재난에 가까운 감염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의료전달체계의 붕괴가 초래한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서울대병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의료계를 선도하는 국가중앙병원이다. 서울대병원이 가져야 할 역할과 의미, 위치가 있다면.

“서울대병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국립의료기관인 제중원(濟衆院)의 설립 정신을 이어받은 국가중앙병원으로서 교육, 연구, 진료 등 모든 의료영역에서 우리나라 보건의료를 세계적 수준으로 이끌어왔다고 자부한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의료의 표준을 정립해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중앙병원으로서의 소임, 우리나라 의료의 세계화 선도,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한 세계적 연구중심병원으로의 도약, 국내는 물론 세계 의료의 리더 양성, 의료시스템 개선을 위한 정부의 국가정책협력병원 역할 등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저희가 갖고 있는 역량과 지혜를 모아 더욱 노력해나갈 것이다. 이 같은 막중한 소임을 수행하기 위해선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애정, 특히 국가적 지원이 절실함을 이 기회를 빌려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 병원은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를 보이는 등 경영상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수가 체계를 비롯해 많은 원인이 있는데, 올해로 개원 30주년을 맞은 어린이병원에서만 지난해 15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어린이병원 사례를 말씀드렸습니다만 독자적인 운영이 가능할 만큼의 재정자립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국가에서 지원해준다면 국민건강에 기여하면서 우리 병원이 잘해낼 수 있는 많은 일을 주저 없이 수행해나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메르스 사태 때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그늘이 그대로 노출됐다. 개선을 위한 해법은 뭔가.

“서울대병원의 메르스 대처 상황을 먼저 말씀드리면, 지난 5월 20일 첫 환자 확진 발표 후, 메르스대응팀을 구성하고, 음압시설을 완비한 격리병동을 가동해 본원을 비롯한 분당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에서 40명의 메르스 환자, 특히 인공호흡기나 에크모(ECMO·환자의 폐를 대신해 산소를 공급해주는 첨단의료장비)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주력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의료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민 모두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먼저, 응급실 과밀화와 시설에 대한 문제인데, 충분한 격리시설이 완비된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한 공간에서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밖에 없다 보니 슈퍼전파자에 의한 대규모 감염사례가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노출됐다. 우리 병원과 같은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는 말 그대로 응급 중증 환자를 치료하고, 비교적 경증 환자는 병원과 의원급 응급외래의 활성화 등을 통해 환자를 분산 수용하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진국 응급실과 같은 격리된 시설을 갖추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현행 응급의료 수가로는 병원 자체의 시설투자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다인실 위주의 병실시스템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좁은 병실에 여러 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다 보면 감염질환의 전파 위험이 커지므로 환자의 안전과 수준 높은 진료를 최우선 순위에 두는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병원이용 문화 또한 개선해야 한다. 많은 문병객 방문이나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의료소비 행태 등에 대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해외유입 감염병 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려면 정부 차원의 효율적인 제도 마련과 전담조직 강화, 전문인력 양성 등 예방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감염병이나 재난에 대비한 전담 공공병원의 설립도 고려해야 한다. 덧붙여 말씀드린다면, 사태 초기부터 지역마다 거점병원을 지정해 그 지역의 환자를 한곳에 모아 진료하고, 중환자는 지역 내 대학병원에서 치료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드린다.”

인터뷰 = 김세동 차장 (사회부)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