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F-X 사업>‘3개기술’ 또 이전 불발땐 설계도 못해… 원점 재검토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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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수출승인 거부 파장
기체형상 제작부터 난관
전력화사업 지연 불가피

“예측못해” 방사청 당황
ADD소장 비리 소환까지
“전략적 대응 부재” 비판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인 보라매 사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정부가 차기 전투기(F-X) 사업 절충교역 조건으로 KF-X 사업을 위해 이전을 약속한 핵심 기술들에 대해 잇따라 수출 승인 거부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업계는 이번 사태가 지난번 다중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4개 핵심기술 거부 때보다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KF-X 전투기 설계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쌍발엔진 체계 통합 기술 이전을 거부할 경우 초기 설계부터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다. 미 정부가 나머지 18개 기술 이전 약속에도 소극적으로 나올 경우 보라매 사업은 개발 지연과 전력화 차질, 비용 증가 등 총체적 난국에 처할 수 있다. 방위사업청의 기술이전 협상 실패 및 전략적 대응 능력 부족 등에 대한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방사청은 충격 상태=방사청은 철석같이 믿었던 쌍발엔진 체계통합 기술 이전 불가라는 미 국무부 입장을 록히드마틴을 통해 통보받으면서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멘붕 상태에 빠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방사청은 지난 10월 5일 미국의 KF-X 사업 4개 핵심기술 이전 거부에 따른 대책 설명회에서 일각의 우려 섞인 시각에도 불구, 방사청 협상팀이 요청한 11월 중 21개 기술이전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기에 충격은 더 컸다. 당시 방사청 관계자는 “최근 협상에서 KF-X 개발 관련 기술은 2013년 경쟁입찰 때 록히드마틴 측과 합의한 21개 기술을 모두 반영하기로 했다”면서 “21개 기술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동등한 가치의 품목으로 대체하거나 이행보증금 몰수가 가능하다”고 했다. 방사청은 미국이 아예 기술이전을 거부했던 4개 핵심기술과는 상황이 달라 이전받을 수 있다고 장담한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AESA 레이더 등 4개 핵심기술의 향후 10년 내 연구·개발을 장담했던 국방과학연구소(ADD) 정홍용 소장이 23일 방산비리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더구나 체계개발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대주주인 산업은행 등도 4개 핵심기술 이전이 거부되고 나머지 21개 기술이전마저 차질이 빚어질 경우 2025년까지 사업의 정상적 진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면 지체보상금 등 천문학적인 벌칙금을 무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KAI 측은 21개 기술이전에 문제가 생길 경우 방사청에 체계개발비 인상 및 개발기간 연장 요청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불가 추가 3개 기술은=방사청 협상팀은 기체 형상제작을 위해 쌍발엔진 통합 기술과 관련해 엔진의 기체 장착과 제어 인터페이스 설계 기술을 위한 기술인력 지원을 미국 측에 요청해왔다. 미국이 이번에 이전을 거부한 ‘세미 스텔스’ 기술은 레이더 반사면적(RCS)을 줄이는 데 필요한 설계형상 관련 기술로 알려졌다. 록히드마틴의 F-22 랩터의 RCS는 0.0001㎡로 탐지거리가 9㎞이며, F-35의 RCS는 0.001㎡로 탐지거리가 16㎞여서, 9∼16㎞에 접근해도 적 레이더는 이를 포착할 수 없게 하는 기술이다. 이에 비해 2025년을 목표로 한 보라매 전투기는 RCS가 0.1㎡나 0.01㎡ 수준으로 탐지 거리가 52∼28㎞밖에 안돼, 이 정도 거리에 접근하면 적에게 발각된다. 10년 뒤 레이더 진화 속도를 고려하면 이 정도 반사면적이면 사실상 스텔스 기능이 없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이마저 기술이전 거부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밖에 조종석 유리관 덮개인 캐노피를 에워싸는 스텔스 코팅 기술과 스텔스 능력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기 흡입구의 흡기·배기 시스템 기술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진 공간 확보 등과 관련 기술도 이전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