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진원 원장이 19일 인천 남구 주안동에 있는 바로병원 옥상에서 휴식 시간을 틈타 아이언으로 스윙 연습을 하고 있다. 정 원장은 “틈틈이 연습하면 업무 스트레스를 풀고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훈 기자 dhk@
정진원 바로병원장
인천 남구 주안동에서 바로병원을 운영 중인 정진원(45) 원장은 관절과 척추를 다루는 정형외과 전문의다. 평소 무리한 골프 스윙으로 인해 무릎이나 허리를 다친 환자들을 치료해왔는데 지난 2월엔 자신이 환자가 됐다. 3년 전부터 골프 실력이 부쩍 늘었다. 그만큼 골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만 탈이 났다.
19일 바로병원에서 만난 정 원장은 “사실 골프 스윙은 척추에 무리를 주는 동작”이라며 “하지만 부상 방지를 위한 작은 습관이 몸에 배면 오랫동안 건강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인 그가 실천하는 부상 예방법은 ‘작은 습관’이란 표현처럼 간단하다. 정 원장은 허리 염좌 부상을 당한 뒤부터 게임에 앞서 반드시 스트레칭을 하고, 평소 허벅지와 종아리 근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 원장은 “스트레칭을 하라는 캐디의 제안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꼭 필요하다”며 “스트레칭을 통해 굳어있던 근육을 풀어줌으로써 허리 부상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력 강화는 틈틈이 할 수 있다. 골프는 특성상 한쪽 무릎에만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오른손잡이는 왼쪽 무릎에, 왼손잡이는 오른쪽 무릎에 무게중심이 실리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무릎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선 ‘레그 익스텐션(무릎 근력 운동)’을 하는 게 좋고, 여의치 않다면 의자에 앉아 무릎을 폈다 오므렸다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허벅지와 종아리의 힘을 길러 무릎을 보호할 수 있다”며 “이런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부상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원장은 군의관 시절이던 2002년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강원 홍천의 국군병원에서 복무할 때 선배들의 “지금 배워둬야 한다”는 권유로 골프채를 잡았다. 대부분의 주말 골퍼들은 ‘감’을 잡기까지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마련. 정 원장도 마찬가지로 골프에 입문한 후 무려 10년을 ‘방황’했다.
경기 오산 골프장에서 ‘머리’를 올렸지만 사라진 볼을 찾으러 다닌 기억밖에 없다. 의미 없이 ‘구력’만 쌓였다. 게다가 골프 자체보다 ‘그늘’에서 나누는 지인들과의 대화, 그리고 회식이 더 좋았다. 100타를 맴도는 스코어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3년 전 특별한 계기가 찾아왔다. 대기업 고문 변호사로 근무하는 친구와 동반 라운드를 할 때였다. 프로 뺨치는 실력을 갖춘 친구는 정 원장의 연습 스윙을 지켜보더니 “아직도 백스윙이 빠르다. 그리고 볼을 끝까지 안 본다”고 지적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기본. 그러나 그날따라 왠지 친구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 말을 머릿속에 되뇌며 스윙에 집중했는데 1번 홀(파4)에서 5번 아이언으로 ‘2온’에 성공했다. 볼이 그린 위에 올라서는 순간 정 원장은 마치 감전된 것처럼 온몸이 찌릿했다.
그때부터 ‘욕심’이 생겼다. 병원이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필드에 나갔다. 매주 토요일은 골프의 날로 정했다. 수술하는 목요일에도 일정이 없으면 골프백을 둘러메고 병원 문을 나섰다. 내친김에 레슨을 받았다.
김백범 프로에게 기초부터 다시 배웠다. 김 프로가 지적한 건 ‘성급한’ 백스윙, 습관적인 헤드업. 정 원장은 아예 왼쪽 팔뚝에 ‘천천히 백스윙하라, 머리는 들지 말라’라는 글을 적어놓고 스윙할 때마다 확인했다.
정 원장은 “여름엔 팔뚝 맨살에 써놓은 글씨를 남들에게 들킬까 창피할 때도 있었다”며 “그러나 기본을 지키기 위해 그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지난 4월 5일 파인크리크 골프장에서 최저타인 80타를 적어냈다. 밸리 코스 5번 홀(파5)에서의 이글이 큰 도움이 됐다. 정 원장은 “3년 전 2온을 했을 때처럼 짜릿한 느낌을 오랜만에 느꼈다”며 “골프는 역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100에서 80으로 변신한 정 원장의 비결은 또 있다. ‘에델바이스’를 ‘안단테(느리게)’로 부르기. 스윙하면서 속으로 ‘에델바이스’ 노래를 부른단다. ‘에델’에 백스윙을 하고 ‘바이스’에 임팩트를 한다. 평소보다 더욱 느리게 불러 템포를 조절하고 스윙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정 원장은 10월 9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렸던 프레지던츠컵을 현장에서 관전했다. 인터내셔널팀의 배상문이 18번 홀(파5)에서 버디퍼팅에 성공하며 승리를 결정짓는 걸 두 눈으로 지켜보는 행운을 누렸다.
정 원장은 “인터내셔널팀이 이기는 것을 보고, 미국팀의 필 미켈슨과 인사를 나눌 수 있어 행복했다”며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스윙과 퍼팅을 보면서 느낀 게 많은데, 특히 조던 스피스(미국)가 러프에서 탈출할 때 고개를 들지 않고 끝까지 공에 시선을 두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이 생각하는 골프의 장점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 정 원장은 “중학교 동창들과 골프모임을 하고 있는데 모임의 모토가 ‘나이 70∼80대가 되어도 행복하게 골프 하자’는 것”이라며 “공기 좋은 곳에서 오래 걷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마음을 열 수 있는 골프야말로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인천=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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