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지지 않는 팍팍한 ‘살림살이’… 시대가 원하는건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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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분노해야 하는가 / 장하성 지음 / 헤이북스

우울한 경제학의 귀환 / 류동민·주상영 지음 / 한길사

‘경제는 성장하는데 왜 내 삶은 나아지지 않는가.’ 두 책은 이 의문으로부터 출발한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자극이 된 것도 일치한다. ‘왜 분노해야 하는가’의 저자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21세기 자본’에 대한 한국인의 높은 관심이 다소 씁쓸했다. 자본수익률이 항상 경제성장률보다 크기 때문에 소득 불평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담은 책은 불평등을 시대의 화두로 떠올렸지만, 한국 현실에 맞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은 재산, 즉 자본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가진 것’에 분노하지만, 오히려 한국의 경우 ‘버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전체 소득의 90% 이상이 노동소득이고, 평균적 가계의 재산소득은 가계소득의 1% 미만이다. 심지어 소득 상위 10%도 재산이 만들어내는 소득은 5%가 안 된다.

문제는 임금 격차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한국 사회에 불평등이 자리 잡았다. 현재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2년이 지나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10명 중 2명뿐이다. 이런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부 통계로 노동자 세 명 중 한 명, 노동계 통계로 두 명 중 한 명이다.

1980년대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90% 수준이었으나, 현재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비슷한 기간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비율은 53%에서 81%로 늘었다. 이는 한국 기업이 벌어들인 전체 순이익의 60%를, 전체 노동자의 4%에 불과한 100대 기업이 차지하는 불균형에서 비롯됐다. 더욱이 기업은 경제성장의 성과를 점점 더 많이 가져가고 있다. 1996년 국민총소득 중 가계소득으로 분배된 비율이 71%였는데, 2014년 62%로 줄었다. 같은 기간 기업소득은 16%에서 25%로 늘었다.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이처럼 소수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노동자에게 분배될 몫을 차지한 고용구조와 기업구조에 원인이 있다. 이들이 비정규직을 없애고, 중소기업에 분배를 늘리면서 노동자의 임금을 올린다면 불평등은 순식간에 해결된다. 하지만 장 교수는 “그런 기적은 없을 것”이라 단언한다. 그는 불평등을 만든 책임을 대기업에 물으면서도 시선을 청년세대에게 돌린다. 젊은이들을 경쟁으로 몰아넣고 비정규직, 저임금, 실업의 굴레를 씌운 기성세대를 넘어 청년세대가 현실을 제대로 알고 분노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우울한 경제학의 귀환’의 저자 류동민 충남대 교수와 주상영 건국대 교수는 ‘21세기 자본’을 계기로 성장과 분배에 대한 200년의 세계 경제학 흐름을 짚었다. 각각 성장 중시의 주류경제학과 형평 중시의 비주류경제학을 전공한 둘은 두 이론 사이의 간극을 인정하고 때로는 메워가면서 특정 집단이 더 많은 소득을 얻는 이유, 성장의 지속 가능성, 불평등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했다.

책 제목이 ‘우울한 경제학의 귀환’인 이유는 정체상태 또는 장기침체를 예견한 경제학 대가 맬서스, 리카도 등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소득과 부의 분배가 모두 악화됐고, 해답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주류와 비주류가 모두 공감하는 사실은 성장으로 파이를 키워서 분대한다는 경제 논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다. 주류경제학은 분배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하고, 비주류경제학은 분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현 가능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책의 결말은 흥미롭게도 ‘왜 분노해야 하는가’와 맞닿는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행동하려는 욕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 경제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을 빌린 이들의 마지막 한마디는 이렇다.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