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오승근 “나이야 가라”… 재미난 가사에 세대 초월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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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대한 편견을 뒤엎는 노래들이 다양한 연령층의 공감을 사며 트로트 시장의 새로운 주류로 떠올랐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반문하던 이들이 이제는 모두가 장수하는 ‘백세인생’을 살겠다고 외치는 식이다.

요즘 행사업계에서 가장 먼저 찾는 가수는 이애란(사진)이다. 그가 2013년 발표한 ‘백세인생’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 ‘60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90세에 (중략) 알아서 갈 테니 재촉 말라 전해라’라는 가사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을 사는 중장년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반기에 ‘백세인생’이 있었다면 상반기를 접수한 트로트는 가수 오승근이 부른 ‘내 나이가 어때서’였다.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라는 가사 역시 ‘이 나이에 무엇하리’라고 말하던 중년들을 독려하며 기운을 북돋웠다.

윤명선 한국음원저작권협회 회장은 “트로트는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나이를 소재로 삼은 노래들은 그런 편견을 깨며 젊은층에도 어필한다”며 “등산을 즐기며 건강을 지키는 중장년층이 산에 오르며 흥얼거리는 노래들이 구전되며 자연스럽게 유행을 타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노래들은 젊은층에도 인기가 높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백세인생’을 부르는 이애란의 영상은 유튜브에서 20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그의 모습과 맛깔스러운 가사가 포함된 사진이 각종 SNS를 통해 전파되며 10∼20대들을 섭렵했다. 특히 ‘∼전해라’라는 가사는 다양한 상황에서 패러디되며 이를 활용한 이모티콘까지 정식 출시돼 판매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내 나이가 어때서’는 KBS 1TV ‘전국노래자랑’ 예선 심사 때 가장 많은 참가자들이 부르는 곡 중 하나다. 특히 10세 이하 어린이들이 이 노래를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 KBS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흥겹게 노래를 부를 때는 모두가 배꼽을 잡는다”며 “재미난 가사 덕분에 세대를 초월해 널리 불리는 트로트곡이 됐다”고 전했다.

이는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며 사회적 활동 연령이 상승하며 ‘나이 먹었다’는 편견에 대한 반발심리가 작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듣는 음악’보다 ‘보는 음악’을 추구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득세하며 곱씹을 만한 가사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 속에서 이런 트로트의 유행은 가사의 힘을 보여준 좋은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