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IMF사태전 금융개혁 추진했지만… 노동계 반발로 법안 통과 미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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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정부’ 경제수석비서관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인터뷰하기에 앞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 타워 50층 임원실과 회의실을 살피다가 벽에 걸린 휘호 하나를 ‘발견’했다. ‘세계를 향하여, 미래를 향하여.’ 1996년 7월 31일 고 김영삼 대통령이 무역협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직접 써준 친필로 세계화를 지향했던 김영삼정부의 정책이 함축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김 전 대통령, 문민정부, 외환위기를 떠올리면 김 회장도 곧바로 ‘연동’될 수밖에 없다. 당시 경제수석비서관으로,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와 함께 환란(換亂)을 초래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1999년 8월 20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 자신도 인생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시기로 기억하고 있다. 인터뷰 도중 김 회장은 잠시 얼굴이 심각해지기도 했다. “외환위기 때 ‘국립 휴양소(의왕교도소를 지칭)’도 갔다 왔다”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은 그런 과정을 통해 조금씩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말하는 외환위기의 원인 진단.

“많은 이들이 제가 외환위기 때문에 사표를 냈다고 알고 있는데 시기가 맞물려서 그렇지 사실이 아닙니다. 외환위기 직전에 금융개혁을 통해 빨리 대처할 기회가 있었고 정치권도 전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노동계 반발과 함께 1997년 대선 정국이 가세하면서 법안 통과가 미뤄졌어요. 노조가 반발하자 여야 대선 진영에서 표를 의식하기 시작한 것이죠. 결국, 국회 회기가 끝나고 외환위기가 찾아왔고 금융개혁 법안은 뒤늦게 통과됐습니다.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해 강제로 하게 된 것이죠.”

김 회장은 “외환위기는 IMF가 정부 부채 때문에 위기에 몰린 남미에서 쓰던 정책을 재정이 건전한 우리나라에 강요하면서 문제가 커졌고 초고금리, 초긴축 정책 때문에 상당수 건전한 기업과 가계도 파산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위기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위기의 본질을 이해하고 경제 주체들 간에 사회적 합의의 토대 위에서 진정한 구조조정을 추진했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인생에서 보람 있었던 기간은 언제일까. 주저 없이 가장 안정된 물가를 이끌어낸 물가정책국장 때를 떠올렸다. 소비자보호체계 및 제도를 만들어 소비자보호제도를 법제화한 일과 국제화 이슈가 한꺼번에 분출됐던 시기에 대외경제조정실장으로 실무 총책을 맡아 동분서주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 회장은 1997년 공직을 떠난 후 지난해 2월 무역협회장에 취임할 때까지 민간에서 연구기관을 운영해 왔다. 공무원 옷을 벗으면서 후배들에게 ‘내 일자리 마련해 달라’는 부탁은 하지 않겠다고 자신에게 다짐한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은 무역협회 회장 직무 수행 때문에 쉬고 있지만 한때 잘나간다는 경제학자 50여 명이 초빙연구원으로 참여하고 1년에 20여 개의 저작물을 내놓을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시장에서 평가받은 대로 먹고살았으니 자유롭게 소신을 얘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경남 밀양 △경기 중·고교 졸업 △서울대 법과대 졸업 △미국 시러큐스대 맥스웰대학원 졸업 △제4회 행정고시 재경직 합격 △경제기획원 물가정책국장, 경제기획국장, 대외경제조정실장 △환경처 차관 △한국소비자보호원장 △철도청장 △공정거래위원장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중소기업연구원장 △정부 소비자정책위원회 공동 민간위원장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현) △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 공동민간위원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