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엔 집 무너질 걱정 없네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공무원·주민 모금 통해 집 선물받은 최춘이 할머니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새집에 입주해 올해 설날에는 집이 무너질 걱정 없이 지내게 됐어요.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지에서 오래된 집에 홀로 살던 70대 할머니에게 경북 포항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모아 새집을 선사해 설 밑에 주변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사무소 직원과 주민으로 구성된 오천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3일 오천읍 진전리 최춘이(77·사진) 할머니 집 준공식을 한다고 2일 밝혔다. 최 씨의 집은 오래돼 붕괴 위험이 크고 개·보수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러한 사연을 들은 오천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지난해 11월 18일 최 씨 돕기 추진위원회를 구성, 모금운동을 펼쳐 1주일 만에 4143만9000원을 모았다. 이후 지난해 12월 17일 옛집을 철거하고 집 짓기에 나서 3일 33㎡의 새집을 완공한다. 집은 주방과 거실, 방, 화장실로 돼 있다. 집을 지을 동안 이웃 마을 경로당에서 생활한 최 씨는 “40여 년 전 흙벽돌을 쌓고 초가집을 지었으나 낡아 지붕을 양철로 덧대며 수리해 왔지만, 비가 오면 물이 새고 수시로 뱀과 쥐, 지네가 돌아다녀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폭설이 내리면 지붕이 쩍쩍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무너지는 소리가 날 정도로 위태로워서 눈이 녹을 때까지 경로당 신세를 져야 했다.

최 씨는 막노동을 했던 남편을 따라 진전리에서 2.5㎞ 떨어져 있는 오지에 정착해 2남 2녀를 낳았다. 당시 2가구가 살았으나 다른 집은 10여 년 전 이사해 폐가로 남아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은 2005년 세상을 뜨고, 자식들은 위암에 걸려 죽거나 가출하고 이혼 등에 따른 어려운 형편으로 연락조차 제대로 안 돼 그동안 홀로 지냈다 .

이러한 사연을 안 오천읍사무소는 지난 2014년부터 최 씨를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선정해 월 40만 원을 지원했다. 또 오천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함께 새집 마련을 위해 국가보조금 신청 등 백방으로 알아보다 모금운동에 나섰다. 정봉영(57) 오천읍장은 “동네 주민과 포항 시민, 각종 단체에서 돼지저금통을 터는 등 십시일반으로 내놓았다”고 말했다. 또 시민들은 설계와 공사 관련 재능기부도 했다. 최 씨는 “많은 분들이 도와줘서 설날은 물론, 여생도 편안하게 보낼 수 있어 고맙기 그지없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포항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