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글 이야기>어리버리? 어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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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의 주란은 야무진 사람 같지만 알고 보면 매번 속고 당하는 어리버리다.

그는 새 프로그램에서 순수하고 어리버리한 매력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든 영화든 다양한 캐릭터가 있어야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데요. 영리한 사람들 옆에서 빈틈투성이 역할로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그들이 있어야 이야깃거리가 풍성해지지요. 이처럼 말이나 행동이 다부지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은 ‘어리보기’입니다.

첫째 인용문의 ‘어리버리’는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말로, 여기선 사람을 가리키는 ‘어리보기’로 써야 합니다. 정신이 또렷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어 몸을 제대로 놀리지 못하는 모양을 뜻하는 부사 ‘어리바리’ 또한 ‘어리버리’로 잘못 쓰기 쉬운데요. 부사로 쓸 때는 ‘술에 취한 듯이 어리바리 손을 내밀었다’처럼 활용해야 합니다.

둘째 인용문의 ‘어리버리한’은 형용사 ‘어리바리하다’를 활용한 ‘어리바리한’으로 써야 합니다.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리보기 캐릭터를 ‘어리바리’도 아닌 ‘어리버리’로 잘못 쓰는데요. 어리숙한 사람을 가리킬 때는 ‘어리보기’를, 그런 사람의 상태를 나타낼 때는 부사나 형용사 ‘어리바리’ ‘어리바리하다’를 써야 합니다.

이해타산이 빠르고 눈치까지 광속도인 사람들 사이에서 계산이 서툴고 눈치도 형광등인 사람은 아무래도 남의 입길에 오르내리기 쉽고 제 몫 챙기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잘생기고 똑똑한 역할만으로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처럼 세상사 또한 영리한 사람과 어리보기가 어우러져야 자연스럽게 돌아가겠지요. 빠른 사람과 느린 사람, 머리가 먼저 움직이는 사람과 가슴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씨줄, 날줄을 엮어가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