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yle 4060 >‘클레릭 셔츠’로 기분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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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비슷하게 입는 옷이 지겹고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취향을 찾고 갖고 싶다. 요즘 그런 생각에 골몰하시는 분들을 위해 ‘매력적인’ 아이템들을 하나씩 소개해드립니다. 첫 번째는 바로 ‘클레릭 셔츠(Cleric Shirt·사진)’. 약간 생소한 이름이죠? 그러나 이미 옷장에, 한 벌 정도는 있을 겁니다.

클레릭 셔츠는 셔츠 칼라와 소매 커프스에만 흰색 원단을 사용한 셔츠입니다. 몸판의 원단은 단색이나 줄무늬가 대부분이고요. 명확한 대비 때문에 일반 셔츠에 비해 조금은 화려해 보이기도 하고, 그만큼 주목도가 높아 셔츠 하나만으로도 다른 이들의 시선을 끌며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클레릭(Cleric)은 성직자, 종교지도자란 뜻입니다. 실제로 교회나 성당의 목사님, 신부님들 셔츠는 이런 형태가 많죠. 칼라와 몸판의 색 차이가 얼굴을 더 부각시키기 때문에 브이 존(V zone·칼라와 깃 사이에 ‘V’ 자 형태를 이루는 공간)의 주목도가 일반 셔츠에 비해 매우 높습니다. 산뜻하고 깔끔한 인상을 줄 수 있으며, 신뢰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클레릭이란 이름이 붙여진 걸까요, 아니면 이런 이름 때문에 성직자들이 입은 걸까요.

클레릭 셔츠는 실용성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아마 매일 셔츠를 입는 분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셔츠를 입으면 상대적으로 가장 많이 닳게 되는 부분이 셔츠의 칼라와 소매 커프스입니다. 목과 손목을 움직이며 계속 마찰이 일어나니까요. 이때 흰 원단은 가장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교체가 쉽습니다. 실제로 클레릭 셔츠의 기원이 노동자들의 더러워진 칼라의 깃을 쉽게 바꿔 달 수 있도록 만든 것이란 설도 있고요.

이 셔츠는 아무래도 화려한 느낌이 강한 옷입니다. 브이 존에 컬러가 더 추가되니까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따라서 격식을 갖춰야 한다면,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베스트(조끼)를 같이 입어 더욱 풍성한 느낌을 주는 스리피스 슈트로 스타일링하는 게 잘 어울립니다. 재킷의 경우에도 싱글보다는 더블 브레스티드(앞 여밈을 깊게 하고, 두 줄의 단추를 달아 여미는 재킷) 형태가 더 잘 어울리고요. 타이도 페이즐리(깃털이 휘어진 모양) 등 화려한 무늬가 좋지요.

너무 튀는 게 부담스럽다면 셔츠의 컬러 대비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몸판 컬러는 채도가 높지 않은 (화이트에 가까운) 셔츠를 선택합니다. 은은한 파스텔톤 단색이나 가는 줄무늬를 택하는 겁니다. 클레릭 셔츠 특유의 산뜻함은 살리면서도 과한 느낌은 줄일 수 있습니다.

남성 직장인들에게 셔츠는 유니폼과 같습니다. 그래서 옷 입는 재미가 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옷장을 가득 채운 화이트나 블루 계열 셔츠들 사이에 클레릭 셔츠가 한두 장쯤 있다면, 기분 전환이 됩니다. 혹시 이게 취향이 되면, 누군가에게 나를 떠오르게 하는 쉽고도 뚜렷한 상징, ‘시그니처 아이템’(문화일보 2015년 11월 20일자 35면 참조)이 될지도 모릅니다.

지승렬 패션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