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트존>유전자의 힘… 농구코트 평정한 ‘2세 형제·남매’

하은주·승진 ‘거인 남매’…부친도 농구선수 출신
문태종·태영 ‘형제 MVP’… 허재 두 아들도 촉망

형제, 자매, 남매가 스포츠 스타로 대성할 수 있는 바탕은 우선 남다른 스포츠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준 아버지, 어머니를 스포츠 스타로 둔 2세 선수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특히 농구에 몰려 있다. 신체 조건, 즉 키가 밑거름이 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농구대통령’ 허재(51) 전 KCC 감독의 두 아들 허웅(23·동부)과 훈(21·연세대) 모두 촉망받는 농구선수다. 허웅은 어릴 적 김주성(37·동부) 등 아버지의 후배들과 늘 어울렸고, 자연스럽게 농구에 익숙해졌다. 2004년 동부에서 은퇴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14년 동부에 입단했고, 김주성과 만났다. 동부 입단 전까지 김주성을 ‘주성이 삼촌’으로 불렀지만, 김주성이 “이젠 동부 선수단의 선후배이니 형이라고 불러”라는 엄명을 하자 지금은 형으로 김주성을 부른다. 허웅의 형이 김주성이고, 김주성의 형은 허웅의 부친인 허재 전 감독이다.

하승진(31·KCC)과 은주(33) 남매는 국내 프로농구 최장신이다. 하승진 221㎝, 은퇴를 선언한 하은주는 202㎝. 부친인 하동기 씨 역시 200㎝로 농구 선수 출신이다. 2011년 4월 1일 하은주가 신한은행을 정상에 올려놓으면서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고, 4월 26일에는 하승진이 플레이오프 MVP로 선정됐다. 둘은 2009년에도 동반 우승을 차지했다. 하승진은 2004년 미국프로농구(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지명돼 NBA 코트를 밟았고 하은주는 2006년 2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로스앤젤레스(LA) 스파크스와 계약했다.

프로농구 귀화혼혈 중 2015∼2016시즌 오리온의 우승을 이끈 문태종(41)과 태영(38·삼성) 형제의 부친 토미 스티븐슨 씨는 과거 농구코치였다. 문태종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이다. 문태종은 2013∼2014시즌 정규리그 MVP로 선정됐고, 동생은 플레이오프 MVP로 뽑힌 ‘형제 MVP’. 문태종은 동생과 달리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한을 풀었다.

이광재(32·kt)와 유진(26·전 하나은행)은 2007년 남녀 프로농구 드래프트에서 사상 처음으로 남매 동시 지명을 받았는데 아버지인 이왕돈, 어머니인 홍혜란 씨 모두 농구 선수 출신이다. 한국 여자농구의 내일을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박지수(18·분당경영고 3)는 농구선수 출신 박상관(200㎝), 배구선수 출신 이수경(180㎝) 씨의 딸이다.

지난해 남녀 농구 드래프트에서 ‘2호’ 남매 동시 지명을 받은 이동엽(23·삼성·193㎝)과 민지(21·신한은행·173㎝)의 부친 이호근(190㎝) 전 여자농구단 삼성생명 감독은 “농구는 일단 키가 중요한데 농구선수 출신의 아들이면 최소 아빠보다는 클 것”이라며 “어릴 적부터 부모로부터 농구 이야기를 듣고, 경기장에 다니면서 농구를 보며 자연스럽게 농구와 익숙해지는 것도 2세들이 농구를 선택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