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 Story >한국 프로복싱 현주소… 최근 10년 세계챔프 단 1명 없어… 선수 대부분 생활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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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만 해서 먹고살기 힘들어
인기 급락으로 ‘권투강국’옛말
사분오열된 협회부터 뭉쳐야

최용수의 복귀전은 지난 4월 16일 충남 당진의 호서고 체육관에서 열렸다. 이곳은 학생들의 체육 활동, 그리고 입학식과 졸업식이 치러지는 곳으로 100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다. 전 세계챔피언의 복귀전 무대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했다. 한국 복싱의 어두운 현실. 4월 26일 경기 시흥의 체육관에서 만난 최용수는 “지금은 권투만 해선 먹고살기가 힘들어 복싱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기수는 1966년 6월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미들급 세계타이틀 매치에서 이탈리아의 니노 벤베누티를 꺾고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세계챔피언이 됐고,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1970∼1980년대를 거치며 한국 프로복싱은 홍수환, 장정구, 유명우, 김태식, 김성준 등 세계챔피언의 명맥을 이어 갔다. 역대 한국인 세계챔피언은 43명. 그러나 복싱의 인기는 계속 내리막을 향했고, 2007년 이종격투기인 K-1 진출을 위해 타이틀을 반납한 지인진을 마지막으로 10년 가까이 단 1명의 챔피언도 나오지 않고 있다. 화려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복싱 선수 대부분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챔피언 출신인 최용수는 체육관을 차렸다. 후진 양성은 꿈 꾸기조차 어렵고, 헬스(피트니스)와 다이어트 복싱 등의 프로그램을 접목시켰다. 그는 “평생 운동만 해왔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할 깜냥도 되지 못했고, 권투를 가르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7년 전 체육관을 열었을 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최용수는 “아무래도 요즘에는 권투가 인기가 없고, 더군다나 프로복싱은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복싱을 배우려 하니 나도 체육관을 이렇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용수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현재 한국에는 권투와 관련해 협회가 4개나 존재한다. 이 협회가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다 보니 정작 선수들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운동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최용수의 13년 만의 복귀가 반짝 관심을 얻을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 권투의 중흥기를 기대하긴 힘들다”면서 “사분오열된 협회가 하나가 돼 선수들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복싱계를 묵묵히 지켜온 40대 노장(老將)의 안타까운 외침은 설득력이 있었다.

1980년대 불거진 ‘가짜 선수’ 파문, 평균 20만∼40만 원에 그치는 대전료 등 열악한 처우, 승부조작, 스타 부재 등으로 한국 복싱은 총체적인 위기에 처했다. 최용수는 “복싱의 도약은 나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복싱의 인기 회복을 위해 정말 열심히 운동하겠다”고 약속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