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뭣이 중헌지도 모르면서!

미국 연예계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 크리스티나 그리미가 사인회 도중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죠.

지난달 21일에는 일본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걸그룹 시크릿걸스의 멤버 도미타 마유(富田眞由)가 도쿄(東京)의 한 공연장에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20곳 이상 찔려 중태에 빠졌죠. 17일 만에 의식을 회복했지만 과연 그가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이번에는 한국의 사례입니다. 경찰은 13일 배우 겸 가수 김민종을 스토킹한 여성을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여성은 지난해 10월에도 김민종을 스토킹해 벌금형을 받았고, 지난 2월에는 김민종의 아파트 인터폰 액정을 부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적이 있죠. 이번에는 “인터폰 액정 값 20만 원을 물어주겠다”고 문을 두드렸고 김민종이 이 여성을 돌려보내기 위해 계좌번호가 적힌 쪽지를 전달하고 문을 닫자 격분한 이 여성이 더욱 소란을 피워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불과 8개월 사이에 김민종을 3차례나 찾아갔던 이 여성에게는 범칙금 ‘5만 원’이 부과됐는데요. 물론 김민종이 처벌을 원치 않았다고 했다지만 더 큰 범죄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고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이에 대한 처벌치고는 종잇장처럼 가볍게 느껴집니다.

물론 스토킹으로 구속되는 등 큰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가수 김창완과 배우 김미숙을 괴롭히던 스토커들은 모두 실형을 살았죠. 하지만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완은 1987년부터 11년간 스토킹을 당했고 1994년에는 이 스토커가 김창완의 집에 침입해 그의 코뼈를 부러뜨렸죠. 김미숙을 지속적으로 스토킹하던 여성 스토커는 2007년 구속됐는데요. 스토킹하지 않는 대가로 1억 원을 요구하기도 했던 이 여성은 무려 17년 동안 김미숙을 괴롭혔습니다.

스토커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인 이유는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미국의 그리미나 일본의 도미타와 같이 세계가 들썩일 피해를 당해야 뒤늦게 대책을 세우겠다는 의미일까요? 물리적 피해는 없어도 불안감에 고통받았던 시간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요즘은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로 비단 스타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피해 사례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해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죠.

구의역 사고처럼, 강남역 살인 사건처럼, 섬마을 성폭행 사건처럼… 또다시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때늦은 대책이 마련될까요? 법은 발생한 사건에 대한 ‘처벌’보다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요? 영화‘곡성’의 명대사를 또 인용하고 싶습니다. “뭣이 중헌지도 모르면서!”

real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