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미녀 공심이, 웃기면서 눈물 나는 청춘의 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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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세대가 위태롭다.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자랑하면서도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잉여인간 취급을 받으면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SBS 주말특별기획 ‘미녀 공심이’의 공심이(민아)도 그런 청년 중 한 명이다. 공심이는 외모와 두뇌를 겸비한 언니 공미(서효림)에게 치여 하루하루가 고달프지만,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별 볼 일 없고, 그래서 친구는 물론 가족에게까지 무시당한다. 그래도 그녀는 결코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은 화분을 가꾸며 내일의 태양을 기다린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의 공심이는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우스꽝스러운 단발머리 가발로 자신의 존재를 감춘다.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원형 탈모를 감추기 위해 쓰기 시작한 단발머리 가발이 그녀의 유일한 위안이다. 공심이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온갖 고초를 겪는다. 주유소 아르바이트 중에 안하무인의 고객에게 폭행을 당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폭행을 당해도 그녀는 위로받지 못한다. 그녀를 폭행한 고객이 언니 공미가 다니는 대형 로펌 대표의 부인이기 때문이다. 다소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고소 취하를 결심하는 공심이에게 과연 누가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공심이는 인간다운 생활 이전에 생존을 고민하면서 고달픈 현실을 살아야 하는 청년 세대를 상징한다. 우스꽝스러운 단발머리 가발을 쓴 그녀에게 연민이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이다. 가발로 가려진 공심이의 진가는 각기 다른 능력의 남자들을 통해 발견된다. 모든 식생활을 편의점에서 군색하게 해결하는 인권 변호사 안단태(남궁민)와 스타유통그룹 후계자로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완벽한 재벌 3세 석준수(온주완)가 그들이다. 공심이네 집 옥탑방에 월세로 들어간 안단태는 낮에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무료 법률 상담을 해주고 밤에는 생계유지를 위해 대리운전을 하는데, 사사건건 공심이와 부딪치면서 그녀에게 관심을 갖는다. 스타유통그룹 회장인 할머니에게 인정을 받지 못해 늘 위축된 모습의 석준수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는 공심이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안단태와 석준수는 공심이의 마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면서도 친구가 돼서 우정을 나눈다. 세 사람은 각기 다른 처지이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가 안단태의 출생에 관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틀어지기 시작한다. 안단태가 어릴 적에 실종된, 석준수의 사촌형 석준표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자신을 유괴한 범인이 누군지 찾기 위한 안단태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세 사람의 좋았던 관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유괴한 범인을 찾기 위해 공심이의 고백을 거절한 안단태가 석준수의 외삼촌이 유괴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석준수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언니에게 밀려 언제나 뒷전이었던 공심이가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남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야기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 하지만 공심이가 원형 탈모를 앓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한 취업준비생이라는 상황이 현실감을 부여하면서 웃기지만 슬픈 로맨틱코미디라는 차별성을 담보한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