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개발, ‘언제까지’ 아닌 ‘어떻게’에 초점 맞춰야”

  • 문화일보
  • 입력 2016-06-3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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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8일 서울역 회의실에서 허환일(왼쪽부터)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안경수 현대로템 이사,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본부장, 이은광 한화기계 상무가 2017년 12월 시험 발사가 예정된 한국형발사체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우주개발’ 현황·과제 집중점검 좌담회

한국형발사체 시험 발사가 1년 6개월가량 앞으로 다가왔다. 우주를 선점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들이 발 빠르게 나서고 있는 가운데 후발 주자로 우주 개발에 뛰어든 한국은 발사체 개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국형발사체는 자주적인 위성 발사와 달 탐사를 비롯한 새로운 우주탐사 시대를 열어가는 데 있어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수단이다. 문화일보는 지난 28일 서울역 회의실에서 녹록지 않은 여건을 뚫고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전문가와 관련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발사체 개발 현황과 과제를 집중 점검하는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는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본부장, 이은광 한화기계 상무, 안경수 현대로템 이사 등이다.

―지금까지 한국형발사체 개발 경과는 어떻게 되나.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본부장(이하 고) : 2010년 3월부터 시작했다. 당시 나로호 2차, 3차 발사와 겹쳐 한국형발사체에 올인해 진행하기는 어려웠다. 나로호가 2013년 1월에 끝나고 한국형발사체에 매진했다. 한국형발사체 개발은 3단계로 진행되는데 1단계는 2010년 3월부터 2015년 7월까지로 이미 종료됐다. 1단계는 목표가 발사체 예비설계, 3단 로켓엔진인 7t짜리 엔진을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은 2018년 3월까지 예정된 2단계가 진행 중이다. 75t 엔진을 제작해 개발하고 시험 발사하는 것까지가 목표다. 현재는 75t 엔진 연소 시험 중이고 올여름에 첫 체계모델을 조립해 발사체 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다. 3단계는 2020년 완벽한 한국형발사체를 발사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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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개발은 잘 되고 있나.

△고 : 터보 펌프식 액체엔진을 처음 한국형발사체를 하면서 만들게 됐다. 시험설비가 늦게 준비돼 2014년 10월부터 가장 중요한 구성품인 연소기 시험에 돌입했다. 그런데 연소 불안정 현상이 발견됐다. 연소 불안정은 이 상태에서는 비행할 수 없는, 로켓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처음 발견된 이후로 연소기 설계변경을 10여 차례, 시험을 20여 차례 진행하면서 현재는 해결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수정된 설계를 반영한 엔진은 올 9월에 제작이 완료돼 납품된다. 1호기 엔진을 현재 시험 중이지만 그 연소기는 연소 불안정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심조심 시험하고 있다.

―한화는 우주 개발 사업 가운데 어떤 부분에 참여하고 있나.

△이은광 한화기계 상무(이) : 연소기 시험설비, 터보 펌프 실매질 시험설비에 참여했다. 이후 엔진 지상·고공 시험설비도 했다. 부품 쪽에서도 추력방향제어기(TVC), 공급계통 밸브류, 추진기관 공급계를 개발 및 시험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안경수 현대로템 이사(안): 현대로템은 액체추진과학로켓(KSR3)에 참여했었다. 지금은 전남 고흥 나로호우주센터의 일부 시험설비를 하고 있다.

―2017년 12월 시험발사가 예정돼 있는데,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고 : 각 부품도 다 개발해 시험해야 하고, 부품들을 모은 시스템도 갖춰나가야 해 2가지를 동시에 하는 게 쉽지 않다. 기술개발에서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일정을 점검해 봐야 하는 상황이라 더 어렵다. 연소 불안정 현상이라든지 힘든 부분들을 겪었다.

―연소 불안정처럼 변수가 많이 생기나.

△고 : 물론이다. 연소 불안정이 생겨서 폭발하다시피 한 적도 있었다. 잘된 영상들만 보면 쉽게 생각될 수 있지만 우리는 언젠가 한번 터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진행하고 있다.

―최근 75t 엔진의 75초 연소시험을 했는데, 임무 시간 143초를 다 채운 시험은 언제쯤 하나.

△고 : 올해 하반기 중 풀듀레이션 시험을 예정하고 있다.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국형발사체는 1단에 75t 엔진 4개가, 2단에 75t 엔진이 한 개가 쓰인다. 2단 75t 엔진은 143초간 연소해야 하는데, 같은 시간 안정적으로 연소하는지 시험하는 게 풀듀레이션 시험이다.)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엔진의 장점이나 특징은 무엇인가.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허): 우리 입장에서는 처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만든 최초의 액체로켓 엔진이라는 점이 의미가 있다. 지금 개발하는 엔진은 75t 엔진인데, 나로호와 비교하면 러시아 에네르고마시가 개발한 나로호 1단 엔진은 추력이 190t이다. 나로호가 140t이니까 몸무게 70㎏인 사람 2000명 무게다. 일본은 h-3 로켓을 개발하고 있는데 힘도 좋고 고효율 저비용 로켓을 만들고자 하고 있다. 성능으로 보면 외국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맞지만 처음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이것만 개발해도 톱10에 든다. 상당한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가 로켓 개발에서 뒤처진 이유는.

△허 : 뒤처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삼성이라는 일류 기업이 있어서 모든 분야가 1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로켓이나 우주산업에서 굳이 등수를 따지자면 세계 8등이라고 한다. 그다지 나쁘진 않다. 북한이 시험을 많이 하고 있는데 우리가 먼저 했으면 앞섰을 것이다.

―후발주자로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예산이나 인력 등 지원이 중요할 텐데.

△고 : 나로호 실패를 연속하니까 한국형발사체 예산이 확 줄었다. 돈이 안 나왔다. 그게 다 기업체로 갈 돈인데 예산을 드리지 못하니까 (기업참여가) 끊어져 버린다. 예산 당국 입장에서는 불확실했던 모양이다. 우주 분야만큼은 꾸준한 예산 투입을 보장하고 산업체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또 단일 사업별로 가다 보니까 매년 임박해 예산을 받는 구조다. 연말쯤 가야 대략 얼마 정도 예산이 나오겠다고 예측할 수 있고 거기에 맞춰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형 발사체 사업은 기획이 2007∼2008년쯤 이뤄진 것이다. 기획단계에서 마련된 예산에 맞춰 가면 물가상승 등으로 많이 늘 수도 있다. 인력 면에서도 2017년에 최대로 인원이 필요한데 그게 대략 330명 정도다. 지금은 220명 정도가 하고 있다. 매주 시험이 진행되다 보니까 피로도가 점점 쌓여 갈 것이다. 인력이 조금만 더 지원되면 좋겠다.

△허 : 나로호 발사 때 마지막 3차 발사를 2013년 1월 31일인가 했었다. 그때 국회에서 예산을 증액해도 모자랄 판에 한국형발사체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했다. 나로호부터 성공하라는 것이다. 그때가 골든타임이었는데, 선투자를 빨리 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아이에게 ‘명문대 가면 그동안 학원비 다 줄 테니 일단 알아서 하라’는 것과 똑같다. 사업기간이라는 것이 발사가 연기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검토할 것도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기간은 늘려 주지만, 예산을 늘려주지는 않는다. 우주 개발에 참여하는 기업 중에서 인건비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가 나오더라. 계약이 지연되면 그때의 인건비는 보장이 안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어려움이다.

―외국에서는 민간 기업들이 많이 투자하는 것 같은데, 우리 기업들은 어떤가.

△이 : 대기업 가운데는 방위산업을 썩 좋아하지 않는 곳들이 많다. 수익이 바로 안 나오니까. 내 생각에는 (적극적으로 우주 산업에 뛰어드는 업체가) 없지 않을까도 싶다.

△허 : 내 생각은 다르다. 외국 주요 기업들이 우주 분야에서도 영업이익을 12% 넘게 거둔다. 대단한 영업이익률이다. 미국의 스페이스X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바를 제시하고 있지 않나 싶다. 흔히 일론 머스크가 자기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투자한다고 하지만 사업가는 그렇지 않다.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한 거다. 머스크가 잘하는 것은 사업생태계를 바꾸는 것이다. 테슬라를 왜 했을까. 모든 것을 다 하지 않는다. 기존 자동차 분야 최고 전문가와 기술을 모으고, 핵심인 전기 쪽만 새로 투자한다. 세계 최고의 전기차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다른 사람들이 전기차 시장이 얼마나 되느냐고 얕봤지만 이 사람은 화석연료 자동차는 끝났다고 보고 생태계를 바꾼 것이다. ‘크게 생각하라(you have to think big)’는 게 항상 머스크가 하는 얘기다. 단순히 우주만 보지 말고 방위나 파생 사업들까지 생각해서 뚝심 있게 버틸 기업들이 나와야 한다.

―정부가 우주 산업 참여 기업에 해 줄 수 있는 혜택이나 정책 같은 것이 있다면.

△안 : 우주항공 분야는 정부와 항우연이 주도하는 수직적 구조이지만 앞으로는 민이 주도하는 수평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항우연은 앞으로 기획, 학교는 기초연구 활성화로 가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중장기 로드맵이나 비전을 확실하게 보여줘 확신을 주는 게 중요하다. 방위산업의 경우 중기계획을 통해서 어떤 장비가 전력화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걸 보고 업체들이 들어온다. 우주개발도 확고한 계획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산업체가 들어올 수 있다.

△이 :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우주 발사체 쪽에 많은 업체들이 투자하고 참여했었다. 그 이후 상당기간 침체기가 왔는데 국가적 정책이 없었다. 공백기가 왔다. 당시 작은 업체들 중에선 포기한 업체들도 있었다. 발사체 사업은 지속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정권 바뀐다고 변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 장기적인 로드맵을 세우고 국가 차원에서 계속 갈 수 있는 계획이 있어야 산업체가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기업 입장에서 우주 발사체 개발 사업에 참여해서 도움이 되는 게 있나.

△이 : 기술력이 높아지는 것은 확실하다. 우주 쪽이 극한 조건의 하이테크놀로지다 보니 재료 제조 기술력은 상당히 향상됐다.

△안 : 우주 개발에 참여하는 기업이라고 하면 실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기업 이미지와 위상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발사체 기술 완성도를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고 : 우주시스템은 신뢰성이 생명이다. 워낙 고비용이다 보니. 신뢰성을 쌓으려면 시험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어쩔 수 없이 꼭 필요한 시간이란 것이 있다.

△안 : 맞다. 한국형발사체를 ‘언제까지 개발한다’가 아니라 ‘한국형발사체를 어떻게 개발해야 하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주발사체와 관련해 선진국 대비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술의 안정화 단계 진입 없이 무리하게 발사를 시도하면 실패 위험이 많아진다. 보수적으로 단계적 시험 일정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허 : 나로호 때 특이했던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국민들이) TV를 모여서 같이 본 것이었다. 국민들이 월드컵처럼 생각한다고 느꼈다. 우주개발은 국민 지지를 받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7년 말이 먼 미래라고 생각했지만 벌써 내년이다. 발사가 임박해지면 정치적 판단이 나올 수 있다. 지금 정권에서 발사하는 것이 좋을지 늦추면 좋을지 그런 것이다. 이걸 완전히 논외로 하더라도 기술개발 측면에서만 봤을 때는 너무 시간을 덜 줬다. 어려운 건 분명하다. 한국형발사체를 개발하는 사람들을 국가대표라고 생각한다면 국민들이 응원하고 지지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허 : 대학에서 왔으니까 인력 문제를 마지막으로 얘기하고 싶다.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술인력의 양성이 분명 필요하다. 과거에 아쉬웠던 것은 정부에서 나오는 과제가 적었다. 또 하나는 우주에서 국제협력이 중요하다. 대학을 활용한 협력이 장려되어야 한다. 항우연을 우주개발전문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적극적으로 지정을 검토하고, 그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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