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선생님, 행복한 학생>“엄마·아빠랑 텐트서 하룻밤 ‘밤샘 보초’선생님 존경해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3일 대전 서구 관저초등학교가 주최한 ‘2016 행복 키움 캠프’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작은 공 옮기기 게임’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관저초등학교 제공

대전 관저초교‘행복키움캠프’

초여름 밤, 학교 운동장에 친 텐트 안에서 관저초등학교 가족들이 틔운 이야기꽃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6명의 교사가 밤을 새워 보초를 선 덕에 안전도 든든했다.

“엄마랑 아빠랑 텐트 치고 자니까 멀리 가지 않아도 재밌고 색달라요. 밤새 우리를 위해 보초를 서 주신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도 다시금 갖게 됐어요.”

지난달 3일 대전 서구 관저초교 운동장에서 1박 2일로 진행된 ‘2016 행복 키움 캠프’에 참가한 이 학교 3학년 목예빈(10) 양의 얘기다. 가족끼리 긴 통을 이어붙여 공이 안 떨어지도록 공을 옮기는 ‘작은 공 옮기기’ 게임이 제일 재밌었다는 목 양은 “엄마랑 도와가면서 공 옮기기를 하니까 신나고 즐거웠다”며 방긋 웃었다.

대전광역시체육회 후원으로 진행된 이 행사는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한편, 학부모와 교사가 소통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첫날, 참가한 56가정(200명)은 교사들의 지도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비석 치기’ ‘보물찾기’ 등의 놀이를 하는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졌다.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놀이에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캠프는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가정별로 지급된 텐트에서 오손도손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준호(41) 미술 담당 교사는 “학부모들은 자신이 어렸을 때 했던 전통놀이를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직접 시범에 나서서 굉장한 비석 치기 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 교사는 “짬을 내 야외활동을 하기 힘든 맞벌이 가정이 많은데 가까운 곳에서 할 수 있는 야외 활동이 있어 큰 만족감을 드렸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특히 평소에 털어놓지 못했던 서로의 속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가족에게 편지쓰기’ 시간은 이번 행사의 ‘백미’로 꼽혔다. ‘가족에게 편지 쓰기’ 행사는 저녁 식사 뒤, 각 가정의 텐트 안에서 자녀와 어버이가 서로에게 편지를 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편지 작성을 마친 뒤에는 학교 강당에서 우수 작품을 낭독하고 모든 편지를 강당 벽면에 게재해 읽어볼 수 있도록 했다.

학부모 한상열(37) 씨는 “아이 친구의 부모님을 뵐 기회가 없는데 아이 얘기에 금세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런 기회가 자주 제공된다면 소위 ‘왕따’가 생긴다고 해도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 한선희(여·46) 씨는 “평소 우리 아이들 눈을 들여다보면서 얘기할 시간이 없었는데 우리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던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한 씨는 “평소 무뚝뚝하던 아빠도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발 벗고 나서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해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며 즐거워했다.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관저초교 교사들은 몇 주 전부터 만반의 준비를 했다. 교사들은 화장실이나 수돗가, 체육관 내 화기 및 시설 점검을 하는 한편, 학생과 학부모에게 두 차례에 걸쳐 안전 교육을 하기도 했다.

이 학교 류영수(61) 교장은 “선생님들이 학부모와 아이들의 만족스러운 반응에 힘들었던 게 눈 녹듯 사라졌다고 한다”며 “교육기관과 가정과의 지속적인 협력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권은정 대전광역시교육청 교육정책과 주무관은 “캠프가 끝난 뒤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교사와 학부모·학생이 함께하는 체험 중심의 활동들을 지속해서 추진해 가겠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