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地圖정보 해외 반출 문제, 보완 전제로 前向 검토해야

이미 10년 가까이 된 해묵은 논란인 ‘국내 지도(地圖) 정보’의 해외 반출 문제에 대해 정부가 24일에도 결정을 내지 못하고 두 달 더 미뤘다. 7개 정부기관이 참여한 지도 국외반출협의체는 이날 회의 뒤 “구글과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 문제는 안보, 신산업, 통상 마찰, 일자리, 법인세, 국내 업체와의 형평성 등 여러 측면이 서로 충돌하는 복잡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관료들의 몸 사리기라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외 관심이 집중됐던 이번 회의에 과장급이나 그 이하 직급이 참석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국방부·국가정보원은 군부대 등 보안시설을 감추는 형태로 지도 데이터를 제공해도 구글어스 서비스와 결합하면 정밀한 위치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산업 쪽에서도 네이버 등 국내의 구글 경쟁 업체나 지도 관련 업체는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며 반출에 반대한다. 반면 사물인터넷·자율주행차·드론 등 위치·공간정보를 기반으로 한 신산업 분야에선 구글과의 정보 공유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여기에 미국의 통상압력 조짐과 구글의 서버 위치 및 세금 탈루 시비까지 겹치면서 ‘괘씸죄’가 덧붙여진 양상이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안보에 중대한 위해가 되는 결정은 피해야 하지만 국내 보안시설은 이미 상세한 상업용 위성지도나 일부 해외 사이트를 통해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지난해 기준 구글 지도 사용자는 10억 명을 넘었고, 60여 개국에서 200만 곳 이상의 교통정보를 제공한다. 구글이 막대한 돈을 투자해 위성사진, 스트리트뷰 등을 수집한 결과로, 현재 구글이 글로벌 지도의 표준처럼 된 상황을 부정할 수 없다. 자칫 ‘지도 쇄국’을 고수하다간 자율 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주류에서 낙오하게 된다. 전향적(前向的) 판단이 불가피한 이유다. 단, 구글과의 협상을 통해 개인정보 보호와 사후관리 등 최대한의 보완 대책을 확보하는 것이 전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