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제3지대론’>1997년 이인제·2012년 안철수… 모두 실패

‘제3지대 정당’성공 사례 없어
2007년 민주신당도 대선 패배

한국 정치에서 양 극단을 제외한 중간 지대를 중심으로 한 제3지대론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대표적인 제3지대 정당은 1997년 10월 만들어진 국민신당이다. 국민신당은 같은 해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만들어졌다.

이인제 전 의원은 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패배하자 이만섭 전 국회의장을 총재로 국민신당을 만들었다. 국민신당에는 신한국당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서석재 전 의원을 비롯, 박찬종·김학원 전 의원, 현재 새누리당에 있는 원유철 의원 등이 참여했다. 하지만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는 대선에서 3위로 낙선했다. 1998년 9월 이만섭 총재와 이 후보 등이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했고, 김 전 의원은 자유민주연합에 입당하면서 국민신당은 해산됐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등장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제3지대 후보로 나선 대표사례다. 안 전 대표는 2011년 10월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나 오래전부터 각별한 관계였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후보를 단일화하고 불출마했다. 안 전 대표는 2012년 9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을 통해 본 제3지대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안 전 대표는 당시 유력한 야권 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여론조사에서 앞섰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같은 해 11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문 후보와 단일화한 뒤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노무현정부 말기인 2007년에도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회복 불능의 상태로 떨어지자 정동영 후보 등이 ‘제3지대 신당’ 창당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을 이탈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들어올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만들고 분열됐던 옛 민주당과도 재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 같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대통합민주신당은 사상 최다 표차로 대선에서 패배한 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