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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6년 08월 31일(水)
‘F=ma’ 공식에… 인류 “미래는 결정돼있다”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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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김연아 기자 yuna@

김범준의 과학 이야기 - (17) 고전역학과 예측가능성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뤄 짐작하는 것을 우리말에서는 ‘예측’, 영어로는 ‘predict’라고 한다. predict는 ‘앞’ 혹은 ‘먼저’를 뜻하는 ‘pre’와 ‘말하다’를 뜻하는 ‘dict’가 모여 이뤄진 단어다. 아직 오지 않은 앞으로 닥칠 일을 그 일이 벌어지기 전에 먼저 얘기하는 것이 바로 예측이다. 이처럼 ‘예측’은 항상 ‘미래의 예측’이다. 과거는 다르다. 과거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거다.

우리 앞에 놓인 미래는 항상 ‘가능성’의 형태로만 존재한다. “내일 비가 오면 극장에, 날이 맑으면 공원에 가야지”하고 미래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내일 비가 올 수도 안 올 수도 있고, 내가 극장에 갈 수도 안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과거는 전적으로 다르다. 물론 그저께 비가 왔었는지 날이 맑았는지를 우리가 헷갈리거나 잘못 기억할 수는 있지만, 극장에 간 것과 공원에 간 것처럼 같은 시간에 함께 할 수 없는 모순된 둘을 동시에 기억할 수는 없다. 과거는 하나의 길로만 존재하고 미래는 가능한 여러 갈림길의 모임으로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그렇다면 현재는 과거의 한 길이 미래의 여러 길로 분기하는 갈림이 일어나는 바로 그 위치다. 끊임없이 미래를 향해 매 순간 이동하는 분기점이다. 여러 갈래의 가능성의 형태로 갈라진 미래의 길 하나가 선택될 때마다 현재는 조금씩 전진해 과거로부터 이어지던 길의 맨 끝점이 된다. 이렇게 과거로 이어진 ‘현재’라는 점으로부터 여러 가능성의 새로운 갈림길들이 미래를 향해 또다시 새롭게 매 순간 분기한다.

뉴턴의 고전역학은 결정론의 세상을 보여준다. F=ma라는 한 줄의 식으로 적히는 뉴턴의 운동법칙은 대부분의 독자가 들어봤을 바로 그 유명한 식이다. 이 식의 오른쪽에 등장하는 a가 바로 가속도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은 힘(F)이 주어져 있을 때 질량이 m인 물체의 가속도가 어떻게 결정되는지(a=F/m)를 우리에게 알려 준다. 가속도의 ‘가’는 한자로는 ‘더할 가(加)’로 쓴다. 가속도는 바로 이처럼 속도에 더해지는(加) 어떤 양이다. 가속도가 있으면 속도가 더해진다. 현재 속도가 1인데 가속도가 1이라면 속도 1에 가속도 1이 더해져 1초 뒤의 물체의 속도는 2가 된다(이 글을 읽는 물리학도라면 속도와 가속도의 단위가 없다고 불평할 것을 나도 안다. 더 정확히 단위까지 적으면 속도가 1㎧이고 가속도가 1㎨면 1초 뒤의 속도는 2㎧가 된다). 마찬가지로 1초의 시간이 더 지나 처음을 기준으로 2초 뒤가 되면 1초일 때의 속도 2에 다시 또 가속도 1이 더해져서 이제 속도는 3이 된다. 자동차 운전석의 맨 오른쪽 페달을 ‘가속페달’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 페달을 밟으면 속도가 더해져 늘어나니까 가속페달이라고 부르는 거다. 이처럼 뉴턴의 운동방정식으로부터 가속도를 구하면(a=F/m), 그로부터 물체의 미래 속도를 알 수 있다. 딱 한 시점의 속도가 아니라 1초 뒤, 2초 뒤, 그리고 한참 후의 미래의 속도도 말이다. 속도를 알면 또 물체가 어디에 있다 어디로 가는지, 즉 위치의 변화도 알 수 있다.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부산 방향으로 시속 100㎞ 속도로 출발한 자동차는 1시간 뒤에는 남쪽으로 100㎞ 떨어진 위치에, 2시간 뒤에는 200㎞ 떨어진 위치에 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가속도는 속도가 미래에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려 준다. 마찬가지다. 속도는 위치가 미래에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려 준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이 왜 이다지도 유명한지, 왜 많은 과학자가 이토록 열광하는지를 이로부터 설명할 수 있다. F=ma, 이 한 줄의 식을 이용하면 힘으로부터 가속도를 얻는다. 이렇게 얻어진 가속도는 미래 시점의 속도를 결정하고, 이렇게 정해진 속도를 이용하면 미래 시점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즉, F=ma라는 수식을 이용하면 물체가 미래의 임의의 시점에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사실 가속도는 속도의 미분(a=dv/dt)이고 속도는 물체의 위치의 미분(v=dx/dt)으로 적혀서 F=ma는 미분이 들어 있는 미분방정식이다. F=ma로부터 속도와 위치를 구하는 것은 미분의 반대과정인 적분이다. 우주는 미분으로 기술되고 적분으로 움직인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으로 기술되는 우주에서는 미래의 모든 입자의 위치와 속도가 한 치의 불확실성도 없이 결정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모든 것이 결정돼 있다면 이제 미래는 여러 갈래로 매 순간 분기하는 가능성의 갈림길이 아니다. 과거로부터 이어지던 길이 하나인 것처럼, 미래는 또 마찬가지로 오로지 하나의 길로만 존재하게 된다. 이렇게 결정론으로 이어진 단 하나의 길 위에 서 있는 존재에게 미래는 과거와 동등하다. 걸어가던 방향의 저 앞을 봐도, 고개를 돌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뒤돌아봐도, 딱 하나의 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길이 하나니 그 길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이 존재에게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벌어진 일이라 잘 알고 있는 과거처럼 미래도 이미 알고 있는 거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 봐서 가보지 못한 다른 길을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가보지 못한 길은 어차피 갈 수 없는 길이었으니까, 아니 어차피 있지도 않은 길이었으니 말이다. 이 존재에게 미래와 과거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미래도 과거처럼 기억하는 이 존재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운다고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이미 엎질러진 우유를 보고 울 필요 없다는 영어 속담이 있다. 마찬가지다. 결정론의 세계에서는 앞에 놓인 미래에 엎질러질 운명의 우유에 대해 속상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은 이미 그렇게 되는 것으로 결정돼 있으니, 내가 우유를 엎지를지 말지를 조심할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미래에 우유가 엎질러져도 이미 그렇게 예정돼 있던 것이고, 아무 문제 없이 내가 우유를 잠시 뒤 맛있게 들이켜도 그것 역시 이미 그렇게 예정돼 있던 거다. 우유가 컵에 담겨 탁자 위에 놓이는 순간 이 우유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우유를 구성하는 원자 하나하나가 100만 년 뒤에 어디에 있을지도 정확히 결정되는 것이 바로 결정론의 세계다. 이런 계산이 가능한 무한한 지적 능력을 가진 존재를 처음 상상한 과학자가 바로 라플라스다. 그의 이름을 따서 이 지적 존재를 물리학자는 ‘라플라스의 악마’라 부른다. 무한한 지적 능력을 가진 존재, 과거의 모든 것과 미래의 모든 것을 동시에 쳐다보는 존재다. 라플라스의 악마에게는 내일 비가 올지 날이 맑을지도 이미 결정돼 있고, 비가 온다고 해도 내가 원래 계획대로 극장에 갈지, 아니면 마음을 바꿔 집에서 책을 읽을지도 이미 결정돼 있다.

우주를 일컫는 영어 단어는 유니버스(universe)다. 모든 것이 모여 하나(uni)의 전체를 이룬 것이 바로 우주란 뜻이다. 우주는 하나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는 우주의 밖에서 우주 내부에 영향을 미치는 뭔가가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전체로 내부에 포함해야 우주다. 이처럼 우주는 하나니, 라플라스의 악마가 산다면, 그가 사는 세계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세상이다. 내가 매 순간 미래를 향해 분기하는 가능성의 여러 갈림길을 볼 때, 나와 함께 나란히 서 있는 라플라스의 악마는 그중 딱 하나의 이미 결정된 길만을 본다는 뜻이다. 내가 선택의 자유를 믿으며 미래의 가능성을 꿈꿀 때, 단 하나의 길로 이미 정해진 미래를 보지 못하는 내 지적 능력의 끔찍한 초라함이 가련하다.

모든 것이 결정돼 있는, 과거와 미래가 단 하나의 길로 끊임없이 이어져 있는 라플라스의 악마가 사는 결정론의 세상에 균열을 만든 계기가 있었다. 20세기 초 양자역학은 우리가 눈으로 매일 보는 거시적인 물체가 아닌, 원자나 전자와 같은 작은 것들의 세상은 확률과 불확실성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미래는 측정 이전에는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라플라스의 악마가 사는 결정론의 세상에 두 번째 균열을 만든 것이 바로 20세기 중반 이후 새롭게 떠오른 비선형동역학과 카오스의 세상이다. 라플라스의 악마가 걷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길이 사실 1차선이 아니라는 발견이다. 내가 과거로부터 한 줄로 뻗은 길의 현재 위치에서 몇 번째 차선에 서 있는지가 저 앞으로 이어진 미래의 갈림길 중 어느 길로 접어들지를 확 바꿀 수 있다는 거다. 문제는 사실 이보다 좀 더 미묘하다. 차선이 워낙 많아서 정확히 내가 몇 번째 차선에 있는지를 아무도 말할 수 없다는 거다. 제아무리 라플라스의 악마라도 자기가 도대체 어디에 서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미래 가능성의 여러 갈림길 중 정확히 어느 길이 택해질지는 뉴턴의 운동법칙만으로는 답을 얻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라플라스의 악마를 물리친 퇴마사 로렌즈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하기로. 어쩌면 안 할지도. 내 맘이다.(문화일보 8월 3일자 26면 16회 참조)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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