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효성 직원들이 19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사옥에서 독서모임 뒤 자신들이 읽고 발표한 책을 보여주고 있다. 효성그룹 제공
- ⑪ 효성 ‘독서 경영’
임원이 먼저 읽고 책 소개하면
직원들이 게시판에 댓글 남겨
2013년 7월부터 30여권 공유
신입·경력 채용때 독후감 받고
‘軍독서카페’ 기증 사회공헌도
지난 8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6 고용동향(기준연도 2015년)’에 따르면 한국은 34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노동시간이 긴 나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생산성은 2001년부터 13년째 20위권 밖에 있다. 집중근무와 휴식제도가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노동시간은 길지만 자기계발을 위한 독서량은 세계 최하위권(192개국 중 166위·2016년 유엔 통계)에 있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도 일과 휴식, 자기계발 확대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두산과 효성은 기업 차원에서 집중근무·휴식과 책읽기 등을 장려·지원하며 임직원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집중’의 두산과 ‘독서’의 효성은 기업을 상징하는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책을 가까이 하는 총수로 유명하다. 조 회장의 승용차 뒷좌석에는 독서등과 함께 책을 세워놓을 수 있는 받침대가 설치돼 있고, 휴가를 책과 함께 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조 회장의 철학과 취미는 직원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독서’는 효성의 기업문화로 정착됐다.
19일 오전, 추석 연휴를 마치고 출근한 효성 교육팀의 최재영(29) 대리는 자사의 전 직원들에게 ‘GWP(Great Work Place) 독서경영’ 메일을 발송했다. GWP 독서경영은 임원들이 자신이 인상깊게 읽고 직원들과 공유하고 싶은 책을 소개하며 이를 읽고 책의 내용을 요약·정리한 자료를 전 직원들과 공유하는 사내 프로그램이다. 이날 최 대리를 통해 소개된 책은 조현준 전략본부장이 소개한 ‘축적의 시간’이다. 서울대 공과대학 석학 26명의 인터뷰를 담은 이 책은 한국의 산업이 당면한 과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최 대리는 책을 추천 받은 뒤 약 일주일간 책을 읽고, 이를 요약해 전 직원들과 공유하는 업무를 지난 4월부터 담당하고 있다. GWP 독서경영의 ‘핵심 인사’인 셈이다.
2013년 7월부터 시작된 ‘GWP 독서경영’은 효성의 기업문화이자 인재상을 소개하는 제도로 정착되고 있다. 독서광인 조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항상 최신 경영 트렌드를 알고 현업에 적용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주문하고 있다. 조 회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 제도는 처음에는 임원들을 상대로 시작됐지만 2014년 3월부터는 전사 임직원들을 상대로 확대됐다. 김성호의 ‘답을 내는 조직’,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 김봉국의 ‘승자의 안목’ 등 30여 권의 책이 현재까지 소개됐다. 평소 읽고 싶은 책은 국내 번역되기 이전에 영문, 일문 도서라도 구입해 읽는 조 회장의 성향이 반영돼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책이 소개되기도 한다. 8월 노재봉 지원본부장이 소개한 가도타 류쇼의 ‘리더의 본의(本義)’가 대표적인 예다. 효성은 책의 번역을 외부인사에게 맡기는 일에도 인색하지 않고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메일을 통해 책을 소개받은 직원들은 사내 게시판인 통통게시판 등에 댓글을 달아 본인이 느낀 점이나 현업에 적용할 부분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남긴다. 좋은 댓글을 남긴 직원의 부서에는 부상으로 도서가 증정되는 등의 보상책도 있다. 효성 관계자는 이 같은 댓글이 회사 내 수직 및 수평 커뮤니케이션까지 활성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임직원들의 반응도 좋다. 통통게시판 등에는 “업무로 바쁘다 보니 책 읽을 시간이 많이 없었는데 책 소개와 더불어 현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니 큰 도움이 된다” “다양한 도서를 접하면서 스스로 학습하는 자기 계발의 기회가 된다” “책의 성공 사례를 보면서 우리 회사를 명품 회사로 만들기 위한 조건이 뭐가 있을지 생각하게 됐다”는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GWP 독서경영 외에도 효성은 직원들의 자율적인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한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팀 단위 자기학습 개발조직인 ‘PU상시학습’을 통해 자발적 독서모임이 이루어지고 있고, 약 6개월간 진행하는 신입사원 OJT(On the Job Training) 교육 과정과 경력사원 교육과정 중 멘토와 협의하여 매월 한 권 이상의 책을 선정, 독서 후 독후감을 제출하게 하고 있다. 임원 후보자 대상 교육인 GMC(Global Management Course)에서도 필수 도서를 읽게 함으로써 임원으로서의 기본적 소양을 갖추도록 지원하고 있다. 효성인력개발원, 기술원 등 각 사업장을 통해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과 도서 대여시스템을 갖춰 임직원들이 원하는 책을 언제든지 읽을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사회활동에서도 효성의 ‘독서사랑’은 이어진다. 효성은 5월 자매결연을 맺은 육군 1군단 광개토부대를 찾아 위문금과 위문품을 전달하고 컨테이너형 독서카페 설치 후원금을 기증했다. 기증하는 독서카페는 가로 3m, 세로 9m 크기 컨테이너형 카페로 도서 1000여 권을 비치할 수 있으며 14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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