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WADA 해킹…“나달·로즈 등 금지약물 복용 허용”

러시아 해커집단이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보관하고 있는 월드 스타의 의료기록을 해킹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BBC 등 외신은 20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해커집단 ‘팬시 베어’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골프 금메달리스트 저스틴 로즈(영국)와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스페인) 등 26명의 의료기록을 해킹해 공개했다고 전했다. 팬시 베어는 지난 14일과 15일에도 리우올림픽 여자체조 4관왕 시몬 바일스, 테니스의 세리나-비너스 윌리엄스 자매(이상 미국) 등의 의료기록을 해킹했다. 팬시 베어가 의료기록을 해킹한 선수는 55명이나 된다.

팬시 베어가 공개한 의료기록에 따르면 로즈는 등 부상 치료를 위해 지난 5∼6월 스테로이드계 소염제인 프레드니솔론을 복용했고, 나달은 2009년과 2012년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 약인 베타메타존을 처방받았다. 육상 남자 5000m와 1만m에서 올림픽 2회 연속 2관왕을 차지한 모 파라(영국)는 습진과 알레르기 치료를 위해 2008년 스테로이드계열의 트리암시놀론을 투약했다. 모두 WADA 리스트에 기재된 금지약물이다. 하지만 WADA의 ‘난치병 치료를 위한 예외 조항(TUEs)’에 따르면 의학적인 이유, 즉 치료 목적에 한해 금지약물 복용이 허용된다. 팬시 베어는 그러나 “WADA가 선수들에게 금지약물 복용을 사실상 허가했다. WADA는 타락하고 부패했다”고 주장하면서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팬시 베어의 WADA 의료기록 해킹은 일종의 보복이자 분풀이로 해석된다.

러시아 육상 대표팀을 포함한 일부 선수들이 러시아 정부 차원의 조직적인 도핑 조장과 은폐·축소로 리우올림픽 출전이 좌절됐고, 리우패럴림픽에선 러시아 선수단 전체의 출전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올리비에 니글리 WADA 사무총장은 “선수들의 개인 정보를 불법으로 공개한 범죄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