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와 ‘중압감’ 사이… 국민예능 ‘무한도전’의 딜레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형돈, 중압감에 ‘완전 하차’
골수팬덤,제작의 藥이자 毒

단발성 출연은 홍보 효과 높아
김혜수·황정민 등 등장 ‘화제’

MBC ‘무한도전’은 ‘국민 예능’이라 불린다. 10년간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매일 관련 기사가 쏟아진다. 최근 가장 큰 이슈는 무한도전에서 하차한 방송인 정형돈(사진)의 활동 재개와 영화 ‘아수라’ 팀의 무한도전 특별 출연이었다. 두 소식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지난해 11월 건강이 악화돼 방송 활동을 중단했던 정형돈은 지난 7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무한도전 완전 하차’를 선언했다. 그의 건강이 호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이어졌지만 정형돈은 최근 방송가로 돌아왔다. 그가 진행하던 MBC에브리원 ‘주간 아이돌’을 비롯해 음원 발표, 작가 겸업 등 활동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무한도전으로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이 현재 멤버수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터라 정형돈의 행보에 날 선 시선을 보내는 팬도 적지 않다.

반면 무한도전은 누구나 출연하고 싶어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무한상사’에는 배우 김혜수, 이제훈, 지드래곤 등이 출연했고 아수라의 주연 배우인 황정민, 정우성, 곽도원, 주지훈 등이 한꺼번에 촬영에 참여했다. 그들조차 “무한도전의 팬”임을 자처하고 있고, 출연 사실 만으로도 엄청난 스포트라이트와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무한도전은 ‘누구나’ 출연하고 싶지만 ‘아무나’ 출연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불린다.

이는 무한도전이 가진 딜레마다. 믿고 보는 프로그램인 만큼 예능 출연을 꺼리는 이들도 무한도전에는 기꺼이 참여하지만, 이런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제작진과 출연진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감은 엄청나다. 활동을 재개하며 무한도전을 배제한 정형돈이 “심리적 부담이 덜한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이라며 “기대해주셨는데 죄송하다. 제 그릇이 작다보니”라며 팬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힌 이유다.

무한도전의 골수팬도 약이자 독이다. 무한도전을 지탱하는 근간이지만, 지나친 관심이 제작진의 운신의 폭을 좁힌다. 급기야 지난해 새 멤버를 뽑는 과정은 일일이 시청자들에게 공개했으나 잡음이 적지 않았다. 멤버 투입이나 하차를 둘러싸고 과도한 설전을 벌이거나 편협한 주장을 펼치는 이들이 ‘무도충’이라 불리기도 한다.

MBC 예능국 관계자는 “무한도전의 인기는 ‘양 날의 칼’과 같다. 너무 잘 드는 칼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 사용하면 출연진에게 엄청난 상처를 줄 수 있다”며 “장기 프로젝트를 챙기며 육체적 노력을 쏟아 붓는 것 외에도 팬들의 높은 관심으로 인한 심리적 부담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