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검찰 위기의 진짜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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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차장

검찰이 위기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9월 30일 ‘김영란법’ 시행에 즈음한 청렴서약식에서 고개를 숙였다. 진경준 전 검사장, 김형준 부장검사의 비리에 대한 사과였지만, 정작 검찰의 진짜 문제는 해야 할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데 있다. 권력형 비리 앞에만 가면 스스로 몸을 사리는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하면서 검찰의 존재 자체를 의문스럽게 하고 있다. 검찰의 수장이 고개를 숙이던 그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의 핵심 관계자는 기자 브리핑을 자청해 우 수석 처가와 넥슨 간의 강남 1326억 원대 부동산 특혜 매매 의혹에 대해 “거래가 자연스럽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거래 당사자였던 서민 전 넥슨코리아 대표, 우 수석의 아내와 장모·처제 등은 조사도 하지 않고 내린 결론이었다. 그러다 며칠 뒤 강남땅 거래에 진 전 검사장이 개입했다고 들었다는 부동산중개업자의 주장이 언론에 보도되자 부랴부랴 이 중개업자를 6일 불러 조사했다.

특별수사팀은 처음부터 우 수석 관련 수사를 하기 싫어하는 티가 역력했다. 8월 24일 수사팀 출범 이후 벌인 압수수색에서부터 우 수석 자택이나 처가, 우 수석 처가가 운영하는 기흥컨트리클럽은 제외됐다. 처가 차명 보유 의혹이 제기된 기흥CC 인근 땅의 소유주 이모(61) 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도 없었고, 이 씨를 소환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정황상 우 수석 처가가 화성 땅을 차명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검찰이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지나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처벌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우 수석은 재산신고를 허위로 한 만큼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가 충분하지만 우 수석이 “부동산 거래는 처가의 일로, 나는 몰랐다”고 주장할 경우 검찰이 기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은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입사원 채용 비리와 관련,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을 서면조사만으로 무혐의 처분했다가 법정에서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이 최 의원의 압력이 있었다고 진술하면서 제대로 망신을 당했다. 청와대 행정관의 지시를 받아 어버이연합이 관제 데모를 벌인 혐의에 대한 수사는 6개월째 감감무소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통령의 비선(秘線) 실세로 거론되는 최순실 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의 연루 정황이 나오는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은 일반 고소·고발 사건을 주로 맡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떠넘겨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검찰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지만 정작 내부 분위기를 보면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첫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항명 파동을 겪은 뒤 검사들은 움츠러들고 있다. 이 와중에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은 일부 검사는 검찰을 떠났다. 특별수사팀장이나 검찰총장은 청와대 등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수사를 이제라도 제대로 해 검찰을 살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본인은 정권에 밉보여 물러나더라도 그래야 검찰이 살고, 자신도 오히려 사는 게 된다.

sdg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