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부검 영장’ 집행이 필요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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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부검영장 만료일이 25일로,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고(故) 백남기 씨에 대한 영장 집행과 관련해 경찰과 유족 측의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과연 오늘내일 사이에 영장이 집행될 수 있을 것인지, 부검이 포기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영장이 청구·발부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처럼 부검영장이 문제가 된 일차적 원인은 법원에서 부검영장을 발부하면서 유족과 협의하라는 취지로 영장 집행의 방법과 절차에 관한 제한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유족 측에서 부검에 대한 원칙적인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경찰은 영장을 받았지만 강제집행을 못하고 있고, 그렇다고 부검을 포기하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결국, 강제집행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제한이 없는 영장을 새로 발부받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부검이 더욱 문제 되는 것은 서울대병원의 납득하기 어려운 사망진단으로 인한 것이기도 하다. 경찰 물대포를 맞은 후 혼수상태에 빠졌던 고인이 장기간 혼수상태에 있다가 사망한 것과 관련해 과연 백 씨의 직접적인 사인이 병사(病死)인지 외인사(外因死)인지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음을 생각하면 서울대병원의 사망 진단에 대한 높은 관심은 당연하다.

만일 서울대병원에서 부검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인을 정확하게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면 상황은 또 달랐을 것이다. 그런데 논란의 소지가 큰 방식으로 병사 판정을 내렸고, 그것이 문제를 더욱 확대시킨 것이다. 결국, 서울대병원의 사망 진단과 관련해 한편으로는 이러한 사망 진단을 근거로 한 부검이 정당성을 잃게 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경찰 물대포의 위력 내지 살상력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고, 백 씨가 지병이 있었다는 점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고인의 지병으로 인해 물대포의 충격이 컸던 것인지, 아니면 일반인이라 하더라도 유사한 상황에서 유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밝히는 것은 단지 고인의 사건에 대한 책임을 밝히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유사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많은 국민이 이 사건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동안 경찰의 시위 과잉진압으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았고, 시위대의 폭력에 의한 경찰의 희생 또한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최근 시위 문화가 개선되는 추세이고 물리적 충돌이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그런 가운데 벌어진 이 사건이 개인의 우연한 불행인지, 아니면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는 국민 모두의 위험요소인지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검에 대한 찬반이 여야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문제는 정략적 이해관계나 진영논리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진실을 정확하게 확인해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게 하고, 고칠 부분은 고치게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고인에 대한 부검은 공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고인의 시신을 부검을 하는 게 과연 진실을 밝히는 데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인지는 확실하지도 않다.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진실의 확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