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990) 48장 남북연방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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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도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주목을 받는 상황이어서 한국에는 자주 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국진건설과의 계약 장소도 한시티의 유라시아클럽으로 잡았다. 입찰 방식으로 국진건설이 한랜드의 ‘룸시티’ 공사 3곳을 모두 수주한 것이다. 무료 80억 달러짜리 공사다. 이번 공사로 국진건설은 물론이고 한국의 건설업은 호황의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번 공사로 남북한에서 1만여 명의 고용인력이 창출될 것입니다.”

국진건설 회장 유정호가 웃음 띤 얼굴로 김광도에게 말했다.

“이렇게 애국하는 것이지요.”

이번 입찰에는 러시아와 한국의 제일건설 컨소시엄과 유럽과 영국 등 세계 각국의 7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국진건설이 1위가 된 것이다. 유라시아클럽의 대회의실 안이다. 오전 10시 반, 방 안에는 국진건설과 유라시아 그룹의 경영진이 모두 모여 있는데 밝은 분위기다. 곧 한랜드 장관 서동수가 참석하면 역사적인 ‘룸시티’ 공사 조인식이 거행될 것이다. 그래서 내외신 보도진이 몰려와 있다. 입찰은 공정하게 치러졌다고 유라시아그룹 쪽에서 발표했지만 끊임없이 잡음이 흘러나왔다. 각 회사의 로비가 치열한 만큼 잡음도 컸다. 그러다가 결국 국진건설이 1위로 선정된 것이다. 1위는 곧 낙찰이다. 오늘 11시에 한랜드장관 입회하에 대공사 조인식만 하면 끝난다.

“조만간 제가 한번 모시지요.”

유정호가 여유 있는 표정으로 말했을 때, 회의실로 10여 명의 사내가 들어오자 모두 긴장했다.

“한랜드 감찰부에서 왔습니다.”

앞장선 사내가 말하면서 가슴에서 서류를 꺼내 보였다.

“이번 입찰에 부정행위가 있다는 고발을 접수해 확인한 결과 혐의사실이 입증됐으므로 당사자를 체포합니다.”

사내의 목소리가 대회의장을 울렸다. 한랜드 감찰부는 사법기관이다. 한국의 검찰청과 같다. 사내들이 양측 임원의 신분 확인을 시작할 때 유정호가 눈을 치켜뜨고 물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오? 누가 고발한 겁니까?”

그때 김광도가 말했다.

“대표로 내가 했습니다.”

유정호의 시선을 받은 김광도가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내 팔을 자른다는 각오로 수사를 의뢰한 것입니다.”

한두 명이 아니다. 해당 부서의 임직원 20여 명이 소낙비처럼 비자금 공세를 받았는데 그 금액이 600만 달러가 넘었다. 또한 공사를 발주하면 다시 사례하겠다는 각서를 받은 직원도 있다. 감찰부의 감사에 적발된 유라시아그룹과 국진건설의 임직원은 50명이 넘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유라시아그룹의 임원 셋도 체포된 것이다. 유정호가 감찰부원에게 끌려 나가면서 소리쳤다.

“이럴 수가, 날 뭘로 보고!”

그러나 문밖으로 나갔을 때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면서 기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자 당황했다.

“저거 쇼 아냐?”

민족당 의원 유기철이 혼잣소리처럼 말했지만 방 안은 조용했다. TV에서는 감찰대에게 끌려가는 국진건설 회장 유정호를 비춰 주고 있다. 놀라 당황한 표정이다. 민족당 대표실 안이다. 방 안에 둘러앉은 의원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서동수 씨가 지금 우리한테 시위하는 것처럼 느껴지는구먼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