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농단白書와 최순실法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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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전국부 부장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주는 최대의 교훈은, 국가나 조직을 망가뜨리는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것이다. 밖에서 쳐들어오는 적은 성을 높이 쌓고, 군사력을 길러 막으면 되지만, 조직의 경쟁력을 서서히 허물다가 하루아침에 쓰러지게 만드는 내부의 적을 간파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복심’ 혹은 ‘비선 실세’와 같은 측근 정치가 초래하는 위기 상황은 4년마다 치러지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다. 선거를 통해 시장이나 도지사, 군수로 선출된 이들 중에는 선거에 관여했던 ‘비선’이 실세 노릇을 하면서 부정한 돈을 받거나, 말썽을 저지르는 일이 종종 있다. 비선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척, 친구 등이 지자체장의 힘을 배경 삼아 부정한 돈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가장 믿었던 아내가 부정한 청탁을 하는 업자의 돈을 받아 군수직에서 낙마한 실제 사례도 있다. 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이 인허가 비리 등의 혐의로 구속된 전직 수행 비서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도 비선 실세의 폐해 중 하나다. 이 시장은 시장으로 당선된 직후인 2010년 7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최측근’이자 ‘오른팔’로 통했던 수행 비서가 여러 사건에 연루돼 물의를 일으킨 혐의로 성남시 의회 등으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다.

비선 실세의 문제는 선출직 지자체장에겐 피해갈 수 없는 숙제다. ‘특보’ 제도가 그러한 문제를 피해가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경제특보’니 ‘문화특보’니 하는 명칭을 부여함으로써 실제 행정에 관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정무직 공무원의 경우 자신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이들을 ‘특보’로 임명하는 절차를 밟으면 된다. 비선 실세가 아니라 공식 실세가 되면 음지에서 저지르는 각종 악행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에게 문화특보와 같은 직책을 줬다면 지금의 상황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차제에 비선 실세로 인해 빚어지는 위기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해 보인다. 전쟁이나 태풍,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에 대비해 위기대응 매뉴얼을 만들어놓은 것처럼, 비선 조직이 초래할 위험에 대비할 국가적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비선 조직이 국정이나 지방자치에 개입하는 사례가 적발되면 가중처벌하는 특별법을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하다. 법이나 제도가 있다고 해서 선거 때마다 만들어질 모든 비선 조직을 완벽하게 통제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심리적 견제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본다.

역사 속의 비선 실세는 ‘책사’나 ‘특보’, ‘복심’ 등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이들은 국가나 조직의 최고 권력자를 보좌하고, 진언하면서 조직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완수한다. 제시하는 방향이 잘못됐거나, 사익 추구에 자신의 권한을 행세하면 그 얼마나 큰 폐해를 초래하는지는 역대 정권에서 위세를 부리다 법의 심판을 받았던 비선 실세들이 충분히 보여줬다. 하지만 아무리 법과 제도적 장치가 완벽하다고 하더라도 ‘충신’과 ‘간신’을 가려내는 최종 판단과 책임은 역시 최고 권력자의 몫이다.

y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