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청문회>허창수 “재단설립 관련 청와대 요청 거절하기 어려웠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증인으로 채택된 정몽구(오른쪽) 현대자동차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이 6일 국회 청문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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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총수 청문회 공방

삼성 이재용 “합병 경영승계와 관련없어
국민연금 높은 수익 올려
불미스러운 일 연루 죄송”

롯데 신동빈 “70억 지원 면세점과 무관”

SK 최태원 “80억원 기부 부적절해 거절”

한화 김승연 “정유라에 말 상납 사실 없다”

한진 조양호 “조직위원장 사퇴 통보받아”

CJ 손경식 “조원동, 이미경 퇴진 요구해”


6일 9개 대기업 회장이 동시에 출석해 이뤄진 사상 초유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총수들 간의 독대 및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 과정에서 대가성이 있었는지를 두고 의원들과 총수들 간에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총수들은 독대에서는 직접적인 재단 출연에 대한 박 대통령의 언급은 전혀 없었고, 일반적인 경제 및 문화산업 육성의 중요성 등을 주제로 논의가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재단 출연 역시 경영현안 해결을 조건으로 내건 게 아니고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매개로 과거부터 통상적으로 이뤄진 ‘자발적’출연 절차였다며 관련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최순실 씨의 존재 자체도 보도를 통해 추후에 알았으며, 박 대통령 독대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부 총수는 정부의 직간접적인 금전적 출연 요청이 있으면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도 시인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 개입·지원 의혹=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2014년에 한화와 삼성이 빅딜 과정에서 각각 8억3000만 원, 10억 원 상당의 말을 구입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사실상 지원, 증여하는 방식으로 빅딜을 성공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에 대해 “증여한 사실이 없다. 모르겠다”고 했다. 이후 한화그룹은 별도의 입장자료를 내고 “한화갤러리아가 2014년 구입한 말은 ‘파이널리’라는 1필”이라며 “말을 정 씨에게 줬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일로(최순실 사건 연루 의혹으로) 국민에게 많은 우려,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잘 알고 있고 앞으로 이런 불미스런 일에 다시 연루되지 않도록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최 씨의 존재에 대해서는 “정확히 언제 알았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주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최대 관심사안으로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중대 전환점에 속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 논란과 관련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부회장이 부친으로부터 60억 원을 증여받은 후 상속·증여세를 16억 원 낸 후 8조 원의 자산을 일궜다”며 “그동안 헐값매각, 편법인수, 편법증여에 이어 국민연금에까지 손을 댔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이에 대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논의 당시에 국민연금 측에서 보자는 요청이 있어 실무자 몇 분과 만났다”며 “양 사의 합병은 제 (경영)승계와 무관하며 국민연금이 투자해 제일 높은 수익을 올렸다”고 반박했다. “합병비율도 임의조정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증인으로 나온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무슨 지시를 받은 게 있느냐”는 손혜원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지시 받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재단 출연·대통령 독대 과정의 대가성 여부 도마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은 재단 출연 및 독대 과정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 의원은 이 과정에서 강압, 강요 분위기를 느꼈는지 질의했으나 이 부회장은 “정확히 재단, 출연이라든지 이런 얘기는 나오지 않았고 독대 당시에는 무슨 얘기인지 솔직히 알아듣지 못했다”며 “독대 당시에는 문화 융성, 스포츠 발전을 위해 기업들도 지원해 주는 게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지원을 아낌없이 해달라는 말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국민이 순수한 기부가 아니라 경영 승계 등과 관련한 특혜를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품고 있다”고 하자, 이 부회장은 “단 한번도 무언가를 바라거나 반대급부를 요구하며 출연, 지원을 한적이 없고 이 건도 마찬가지”라고 부인했다. 이 의원은 또 “삼성이 다른 대기업과 달리 최순실 일가에 100억 원 대 지원을 개별적으로 했고 이 부회장은 30억 원짜리 스포츠 회사 계약을 위해 독일로 출장을 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부회장은 이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말씀드릴 여지가 없다”며 “앞으로는 절대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책을 철저히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출연이 면세점, 형제의 난 수사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독대 후 지난해 특허를 상실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재특허 도전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면세점 추가 허용 방침이 있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기업 입장 정부·청와대 ‘의식’할 수밖에=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촛불집회와 관련해 재벌도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국민 여론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하고 있다”며 “삼성도 바꿔야 할 시점, 시대 변화에 따라 변해야 한다는 점을 이번 사태로 많이 느꼈다. 국민을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 독대와 관련해서는 “30~40분간 창조경제 혁신센터 행사에서 했는데 (이건희)회장님 건강과 휴대전화 사업, 국내 투자 현황 등을 물어 보셨다”며 “(재단 출연 건은)문제가 된 후 챙겨 봤는데 일일이 보고하는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각 기업이 민원을 정부에 건의하고 정부는 편의를 봐주는 대신 뒤로는 준조세 성격의 금품을 받는 일이 있다는 국민 의혹이 존재한다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고 답변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청와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게 기업하는 사람들 입장이고 전경련 해체 주장에 대해서는 송구스럽지만 제 맘대로 되는 게 아니고 이 자리에서 답변이 곤란하다”고 했다.

최태원 SK 회장도 “대가성 출연은 아니었지만 제 결정도 아니었고, 기업별로 할당 받아 액수만큼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결정은 사회공헌위원회에서 했고 제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신동빈 회장과 최태원 회장 모두 “출연은 무슨 대가를 바라고 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으로 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사퇴 통보만 받았다”고 말했다.

이민종·최재규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