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립’아닌 ‘건국’이라 써야 맞다”

한국현대사학회, 교과서 분석
“역사 서술은 절충할 수 없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넣어 기존 검인정 교과서보다 대한민국 정통성을 강화하는 서술을 했지만, 이 표현도 ‘절충주의적 태도’에서 나온 결과물인 만큼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한민국 ‘수립’이 아니라 ‘건국’이라고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현대사학회 주최로 열린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한 평가와 자국사 교육의 방향에 대한 분석 결과’ 세미나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정교과서가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뒤늦게 잘못을 바로잡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더욱 분명히 한 것”이라면서도 “수립 혹은 성립이라는 일상적 용어보다는 건국이라는 개념적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은 1919년 건국된 것이 아니라, 3·1 운동과 임시정부의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1948년 건국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건국이라고 써야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기초해 민주공화국이라는 새로운 근대국민국가가 탄생했다는 의미를 선명하게 부각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대한민국 수립’이 ‘대한민국 건국’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절충적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역사 서술과 해석은 타협하고 절충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건국과정이 아무리 오랜 기간의 노력을 거쳐 이뤄졌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건국은 국가 구성의 4대 필수요소(영토·국민·정부·주권)를 완전히 갖춘 1948년 8월 15일”이라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과거의 국가들을 설명할 때는 ‘건국’이란 용어를 쓰고 유독 대한민국에 대해서만 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적 절충주의 입장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관점에서 보면 아직 보완·수정할 사항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명희(공주대 교수) 한국현대사학회장은 “역사교과서 문제의 본질은 국정이냐 검정이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용에 대해 국민적 동의를 구할 수 있는지, 학문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등”이라고 역설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