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문화재>박정희 7사단장때부터 3년 거주… 10·26 이후 유족도 잠시 기거

서울 중구 박정희 가옥

이달 초 등록문화재 제412호인 박정희 가옥을 찾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나라 안팎이 혼란하던 시기에 우리 현대사의 빛과 그늘을 다 담고 있는 문화재를 통해 무언가 성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박정희 가옥(사진)은 이름 그대로 박 전 대통령의 사저(私邸)였던 곳이다. 박 전 대통령이 육군 제7사단장이었던 1958년 매입해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되기 전까지 3년간 가족과 거주했다. 1979년 박 전 대통령 서거 후에는 유족들도 잠시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행정구역상 주소는 서울 중구 다산로36가길 25(신당동 62-43). 지하철 2호선 신당역과 5호선 청구역의 중간쯤에 있다.

그런데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청구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조그마한 표지판이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고 있으나 인근이 대부분 비슷비슷한 빌라 형태의 주택가이고 골목길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제일 쉬운 건 신당동 떡볶이 타운의 대표 맛집인 ‘M’에서 동쪽으로 길을 건너 야트막한 경사길을 올라가는 방법일 것 같다.

박정희 가옥은 2015년 개관 당시만 해도 큰 관심을 끌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과 함께 하루 약 300명이 방문했다. 작은 앞마당이 있는 건축면적 123.97㎡(약 37평)의 단층 주택임을 감안하면 꽤 많은 관람객이다. 하지만 최근엔 하루 방문객이 20∼30명에 그친다는 게 현장 해설사의 귀띔. 그나마도 최순실 사건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후에는 방문객이 더 줄었다.

그러나 박정희 가옥은 한국 현대정치사에 있어 중요한 현장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5·16 군사정변이 1961년이었으니 모르긴 해도 박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그일’을 도모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의 서재에는 방금 벗어놓은 것과 같은 군복과 모자가 걸려 있다. 재현품이지만 서슬 퍼렇던 시절을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한 박정희 가옥은 현대건축사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이 가옥이 세워진 것은 일제강점기이던 1930년대였다. 벌써 90년 가까이 되는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이 이주했을 때는 이 가옥을 일부 수리했다. 원래 검은 지붕이었으나 붉은 기와를 올렸고 창고와 방 1개를 증축했다. 마루와 부엌, 다용도실을 고쳤고 마당에는 박 전 대통령이 생전에 좋아했다는 라일락 나무를 심었다.

현재의 가옥은 사진과 유족의 증언을 바탕으로 박 전 대통령 거주 당시를 재현한 것이다. 이 중 응접실은 가장 원형에 가깝게 만들어졌다. 1961년 7월 11일 육영수 여사가 스티븐 아일스 미국 육군차관 부인을 접견할 때의 사진을 근거로 소파와 테이블, 장식장과 액자까지 똑같이 설치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옥의 내부를 관람하려면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하지만 요즘엔 관람객이 그리 많지 않아 현장에서의 요청도 받아준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예약 없이 현장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어린 시절 흑백사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관람료는 무료.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글·사진 =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