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탐낸 아내… 창극으로 돌아온 ‘레이디 맥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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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제작·한태숙 연출
판소리와 서구 연극의 어울림

근래 국내 연극 중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레이디 맥베스’가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창극으로 공연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에 새롭게 접근한 연극 ‘레이디 맥베스’(사진)는 1998년 연출가 한태숙이 극단 물리의 창단작으로 선보였고, 이듬해 서울연극제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을 휩쓸었다. 2008년에는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념 ‘최고의 연극’으로 선정됐으며 폴란드, 도쿄, 싱가포르 등 주요 해외 연극축제에 단골로 초청됐다. ‘맥베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지만, 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빼앗은 맥베스보다 주체할 수 없는 권력욕으로 남편을 부추겨 범행한 맥베스 부인에 초점을 맞췄다.

한태숙이 연출을 맡아 창극에 새롭게 도전하는 ‘레이디 맥베스’는 국립국악원과 림에이엠씨가 공동 제작해 오는 21∼30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공연한다. 배우 5명과 연주자 4명으로 무대가 채워지며, 음악은 최대한 간결함을 지향했다. 기존 창극의 음악 어법을 벗어나 서구적 연극의 색채와 어울림을 실험적으로 모색한다.

타이틀롤 ‘맥베스 부인’ 역은 판소리와 함께 성악 등 서양 클래식 음악도 공부한 국립창극단 출신의 정은혜(위쪽)가 연기한다. 담담한 감정은 아니리(대사)로, 극적인 부분은 직접 작창한 판소리를 통해 다층적인 ‘레이디 맥베스’의 모습을 표현한다. 한태숙 연출은 “오래전부터 레이디 맥베스의 강렬한 주제와 함축적인 대사가 ‘창’과 잘 어울릴 것으로 생각했다”며 “정은혜가 부르는 레이디 맥베스의 노래를 들으며 역시 비감함에 있어 ‘창’과 견줄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롭게 설정한 ‘도창’ 역에는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염경애 명창이 맡았다. 염 명창은 도창으로 존재하다가 극중 인물로 동화되는 독특한 인물을 연기한다. ‘소리시종’ 역은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박진희가 맡았다. 특히 마이크와 스피커를 쓰지 않는 자연음향 공연장으로 새로 단장한 우면당에서 공연돼 우리 소리의 울림을 원음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1999년부터 연극 ‘레이디 맥베스’에 출연해 온 배우 정동환(아래쪽)을 비롯해 권겸민, 이형훈 등이 참여한다. 계성원이 음악, 정구호가 의상디자인, 이태섭과 김창기가 각각 무대 구성과 조명을 담당하는 등 제작진이 화려하다. 이지혜(가야금)·안은경(피리)·황영남(타악) 등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단원들과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신동성이 곡 연주를 맡는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