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 전방위 확산>산란계 넘어 제빵·외식·유통업까지… ‘AI 손실’ 2兆 육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달걀 공급이 대폭 줄어든 25일 서울 한 파리바게뜨 매장에 일부 제품 판매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육계생산잠재력 15.0% 감소
산란계 산업 전반 붕괴 우려도
SPC, 머핀 등 19種 생산 중단

지난 24일 서울 도봉구의 A 치킨집. 주말에 성탄 전야인 ‘대목’인데도 손님이 뜸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창궐한다는 소식에 발길이 끊긴 것이다. 주인은 “이런 상황이 몇 개월 더 가면 버틸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프랜차이즈 업체인 BBQ 관계자는 “프랜차이즈의 경우 관리가 철저하고 75도 이상 고온에서 5분만 가열하면 병균이 소멸한다는 학습효과가 정착돼 아직 큰 문제는 없다”며 “그러나 살처분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장기화하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산업 분야에 미치는 경제적 피해가 본격화하고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에 따른 정국불안에 이어 AI까지 가세해 소비심리를 압박함에 따라 경제성장률에 찬물을 끼얹을 중대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 손실액은 2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I 확산으로 살처분됐거나 예정인 닭, 오리 등 가금류가 2600만 마리에 육박한 가운데 제과·제빵, 육류 및 육가공, 사료, 외식 및 소매 유통업, 지역산업 등으로 피해가 점증하고 있다. 육계 가격 등락으로 산란계 산업 전반이 붕괴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육계협회 분석 결과, 병아리 입식이 줄어들면서 내년 1∼4월 육계 생산잠재력은 올해 같은 기간 대비 15.0%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AI가 장기화하면 닭고기 가격 역시 내년에는 거꾸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뚜레쥬르를 생산하는 CJ푸드빌은 구매팀 등이 달걀 수급에 차질이 발생, 3주 전부터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제빵은 물론, 제일제면소, 비비고, 계절밥상 등에도 달걀 공급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제과는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수입산 사용을 살피고 있다. 지난 23일 국내 1위 제빵사인 SPC는 카스테라, 머핀 등 19개 품목에 대한 생산을 중단했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해넘이, 해맞이 행사나 겨울 축제 등을 취소하는 곳이 나타나고 있어 지역상권의 겨울특수 역시 끝났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AI로 국내 닭, 오리 사육 수(1억6526만 마리)의 약 30%가 감염됐을 경우의 피해를 1조4769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민종·박준우·최재규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