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1월4일, 아내 12월29일… 조소현 변호사-조경란 판사 부부 아너소사이어티 가입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조경란(왼쪽)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조소현 변호사 부부.

“복지 사각 지대에 있는 분들을 우리 사회가 품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못하면 민간이 도와야 하는데, 그것을 조금이라도 거들고 싶었습니다.”

조경란(56) 서울고등법원 부장 판사가 29일 오전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에 가입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기부문화 정착을 위해 만든,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이다. 보통 공동모금회 사무실에서 가입식을 여는데, 이날은 조 판사가 근무하는 서초동 서울고법 사무실에서 조촐한 기념식을 했다. 조 판사가 언론 등에 공개되는 것을 꺼려서 세리머니를 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공동모금회 서울지회 측은 “연말연시 기부 분위기를 확산시킨다는 차원에서 간단한 축하 행사는 필요하다고 판단, 조 판사를 설득해서 꽃다발을 주고 기념 촬영 등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공동모금회 측에서 아너 소사이어티 총대표인 최신원 SK네트워크 회장과 최은숙 서울지회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조 판사는 이번 가입으로 올해의 마지막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처음으로 가입한 회원은 조 판사의 남편인 조소현(59) 변호사였다. 조 변호사는 아너 소사이어티에 먼저 가입한 최 회장과 가수 현숙 씨의 권유로 뜻을 세우게 됐다고 전했다.(문화일보 1월 4일자 29면 참조) 우연히 이뤄진 일이지만, 법조인 부부가 2016년 처음과 마지막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셈이다. 공동모금회 측은 “법조인 부부가 최초로 가입했다”며 “우리 사회 기부 문화를 위해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에 따르면, 아내인 조 판사는 평소 법원에서 무료 봉사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었고, 그런 뜻으로 이번에 1년치 급여를 미혼모를 위해 써달라고 기부했다. 조 판사는 남편 조 변호사가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을 돕기 위해 운영해온 어리뫼장학재단에도 때마다 기부를 해 왔다. 청주지방법원장 시절에는 재소자 가족 지원을 위해 애썼다.

조 판사는 이날 인터뷰를 사양했으나 “시국 상황으로 우울한 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하자, 어렵게 입을 열었다.

“미혼모들이 생계를 위해 일하다 보면 아이를 교육시키지 못하고, 그런 여건 탓에 자신이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분들을 껴안아야 사회가 건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조 판사는 1982년 서울법대 재학 중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법조인으로 외길을 걸어왔다. 최근 ‘국정농단 사건’에 일부 법조인들이 연루된 것과 관련, 그는 “잘된 사람들은 자기가 잘나서 잘된 게 아니고 사회로부터 선물을 받은 것인데, 그 선물을 공익이 아닌 사익을 위해 쓰니까 이렇게 국민을 가슴 아프게 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 엘리트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