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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현종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1월 11일(水)
親朴 닮아가는 親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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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We are smart than me).’ 1910년 미국 하버드대 교수이자 곤충학자인 윌리엄 모턴 휠러가 개미의 사회적 행동을 관찰해 얻은 ‘집단 지성’의 개념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정신은 ‘개방과 공유의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제품박람회(CES)에서 한국은 중국에 크게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한다. 첨단 기술에서 한국은 리딩 그룹이 아닌 팔로 그룹으로 전락했다. 이미 구글, 테슬라, 벤츠, 토요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자신들이 엄청난 자금을 들여 개발한 기술을 플랫폼으로 공유하며 시너지를 발산하고 있는데 한국의 기업들은 여전히 독점과 폐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방과 공유의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지금 산업의 조류라면 한국의 정치는 이런 흐름을 좇아가기는커녕 다시 폐쇄와 독점이라는 옛날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참여했음에도 평화적으로 주장을 표출한 촛불 집회는 우리 정치가 개방과 공유의 길로 가야 한다는 이정표를 제시했다. 제왕적 권력과 특혜는 광장에서는 허용되지 않았다. 권력이 있든 없든 하나가 됐고, 스스로 강한 통제력을 발휘했다. 이런 광장의 에너지를 정치권이 가져와 새로운 변화의 힘으로 써야 하는데 지금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또다시 패권의 길로 가고 있는 조짐이 역력하다.

‘헌법 위에 의리’를 외친 친박(親朴) 패권주의가 소멸해 가는가 싶더니 이제 그 반대편에서 친문(親文·친문재인) 패권주의라는 괴물이 꿈틀거리며 나타나고 있다. 약자일 때는 눈치도 살피고 조심했지만 거침없는 지지도 상승에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세상이 이대로는 안 된다.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 친노, 친문이고 다수의 염원이지 패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극성스러운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은 비판자에 대해선 같은 당이든 아니든 문자 테러, ‘18원 후원금 테러’를 벌인다. ‘배신자’ ‘기회주의자’ ‘늙은이’라는 도 넘은 비난이 SNS에서 판을 치고 문 전 대표까지 나서서 자제를 요청해 보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친문 패권주의를 말하기에는 (지지자가) 너무 많지 않나”라는 문 전 대표의 언급을 보면 적극적으로 막을 의지도 없는 듯하다.

친문 그룹은 친박과 비교하는 것을 큰 치욕이라고 생각하지만, 제3자가 보면 두 집단은 동전의 양면처럼 닮은 점이 참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 모두 국회에서 탄핵 소추됐고 폐족(廢族)까지 된 처지도 비슷하다. 첫째, 이들은 자신들의 리더는 ‘무(無)오류’라고 믿는다. 친문 지지자들은 문 전 대표를 ‘문느님’이라고 부른다. 문 전 대표가 하는 모든 발언과 행보는 다 옳다는 칭찬 일색이다. 오히려 비판하는 사람이 잘못이라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의 실체가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났음에도 잘못이 없다고 옹호하는 친박과 다를 바 없다. 둘째, 개방적이지 않다. 지난 대선 이후 4년이 넘는 시간이 있었지만 문 전 대표의 확장성은 여전히 숙제다. 한때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등 중도화 전략을 폈지만 촛불 집회를 거치면서 본모습으로 돌아왔다. 집토끼만 있어도 된다는 판단인 듯하다. 친박이 진박(眞朴) 타령하다 총선에서 망했듯이 이렇게 폐쇄적으로 가다간 2012년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셋째, 비판자에게 가혹하고 자기편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다. 최근 민주당의 개헌보고서 파문 때 문 전 대표 측을 비판한 김부겸·박용진 의원은 휴대전화를 바꿔야 했다. 하루에 3000통이 넘는 문자 테러와 18원 후원금으로 혼쭐이 났다. 반면 문건을 만든 이들은 경징계만 받았다. 이런 식이면 불통·독선 대통령이라고 그들이 비판했던 박 대통령이나 다를 바가 없다. 당내 민주주의는 언감생심이다. 넷째, 두 집단 모두 공식 라인보단 비선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박 대통령의 최순실 못지않은 문 전 대표의 ‘최순실’이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 파다하다. 이런 얘기가 벌써 나오는 것이 좋지 않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었다. 주변 강국의 지형도 급변했다. 언제까지 1980년대 패러다임으로 대응할 수 있겠는가. 나보다 똑똑한 우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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