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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오바마 시대가 남긴 것 게재 일자 : 2017년 01월 12일(木)
이란·쿠바 빗장 열어…‘核없는 세상’은 공허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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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下) 외교정책 ‘빛과 그림자’

빈라덴 사살, 깊은인상 남겨
미얀마와 관계 정상화 ‘업적’

‘핵무기 없는 세상’ 선언 후
2009년 노벨상 수상했지만
美공화·軍 반대에 성과못내

北 잇단 핵실험·미사일 발사
‘전략적 인내’도 실패로 결론
시리아 알레포는 가장 뼈아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재임 8년간 이란 핵 합의와 쿠바와의 수교, 미얀마와의 관계 정상화 등 굵직굵직한 외교 레거시(업적)를 남겼다. 하지만 ‘핵무기’에 관한 오바마 대통령의 거대 담론은 사실상 공허한 외침에 그쳤으며 북핵에 대한 ‘전략적 인내’도 실패한 정책으로 꼽힌다. 임기 막판에도 ‘중동·러시아’라는 늪에 빠지면서 상당수의 레거시를 까먹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5년여의 내전 끝에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에 함락된 ‘알레포’는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뼈아픈 외교 실책으로 보인다.

미국의 토론 프로그램인 인텔리전스 스퀘어(IQ2US Debates)는 지난해 11월 “오바마의 외교정책은 실패인가 아닌가”를 주제로 전문가 대토론회를 벌였는데, 실패냐 찬성이냐의 입장 차이가 팽팽했다. 실패가 아니라는 입장은 토론 전 38%에서 토론 후 49%로, 실패라는 입장은 19%에서 42%로 바뀌었다. 모르겠다는 입장은 토론 전 43%에서 9%로 줄었다. 일반인들이 평가한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전문가 토론 전 실패하지 않았다는 쪽이 19%포인트 높았지만 전문가들의 토론 후에는 7%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그만큼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해선 일반인과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USA투데이는 10일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면서 “가장 비판받을 분야가 바로 외교정책”이라고 단언했다. USA투데이가 꼽은 실패한 외교정책 분야는 △리비아 혼란 가중 △미완의 ‘피벗 투 아시아(아시아로의 외교중심축 이동)’ 정책 △시리아 내전 방치 △이슬람국가(IS) 급성장 방치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남중국해 갈등 고조 등이었다. 이 중에서도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 실패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중동으로, 시리아 내전에 거의 개입하지 않으면서 서구의 난민 유입을 촉발했다”고 USA투데이는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3년 레드라인(금지선)으로 설정해 놓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확인하고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았고, 이는 결과적으로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급기야 지난해 6월 미 국무부 중동정책 담당자들이 부내 통신망인 ‘이견 채널(dissent channel)’을 통해 “중동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정책에 반대 의견을 표명할 정도였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중 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장 상징적인 순간은 2011년 5월 9·11테러를 주도했던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이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인사들이 백악관 상황실에서 파키스탄의 빈 라덴 저택 습격 및 사살 상황을 지켜보는 장면은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 2015년 7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 및 독일(P5+1)이 이란의 핵 동결을 담은 ‘포괄적 공동 행동계획(JCPOA)’ 타결을 끌어낸 것도 대표적 외교 업적으로 꼽힌다. 같은 해 7월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는 54년 만에 이룬 양국 관계 복원이었으며, 지난해 3월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88년 만에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적 어젠다였던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은 사실상 성과 없이 끝나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첫해였던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을 발표하며 러시아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을 대신할 새로운 핵무기 감축 협상의 재개를 선언했고, 2010년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2년마다 한 번 총 4차례에 걸친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했다. 그가 200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업적도 바로 핵무기 없는 세상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감축 계획은 미 공화당 및 군 내부의 강력한 반대에 막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러시아와의 핵 감축 협상 역시 2014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무력 합병으로 단절됐다. 총 4차례에 걸친 핵안보정상회의 역시 핵무기에 대한 우려와 감축 노력에 대한 원론적인 선언에 그쳤다.

북핵 문제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기본 노선이었던 ‘전략적 인내’는 지난해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로 인해 실패한 것으로 평가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와 주요국의 독자 제재 강화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의 재임 8년 동안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됐다.

중국에 대한 경제·안보적 견제 방안으로 구상돼 회원국들의 체결 합의 및 서명식까지 끝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휴짓조각이 될 운명에 처했다. 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오는 20일 취임식 직후 TPP 폐기 선언을 한다고 예고했다. TPP 백지화는 중국의 군사적·경제적 팽창, 트럼프의 보호주의 및 미국 제일주의 외교정책과 맞물리며 오바마 행정부가 중시해 오던 ‘피벗 투 아시아’ 정책을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몰아갈 것으로 보인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중요한 업적으로 여기는 파리기후변화협정도 트럼프 행정부에서 폐기될 수 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mail 신보영 기자 / 국제부 / 차장 신보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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