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3일 서울 종로구 인의동 ㈜투애니나인에서 양원호 대표가 주먹을 불끈 쥐며 사업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스포츠웨어 마케팅·홍보’로 재기 성공한 양원호 씨
“저는 지금도 벼랑 끝에 서 있어요. 하지만 매 순간을 중요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벼랑 끝에 서보고야 깨달았습니다.”
13일 서울 종로구 인의동에서 만난 양원호(34) ㈜투애니나인 대표는 “회사가 성장했으니 안심할 만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11명인 직원들과 함께 스포츠웨어 관련 마케팅·홍보 총괄 대행 사업을 통해 지난해 매출만 12억 원을 달성한 젊은 벤처기업가의 이야기다. 그의 눈빛은 벼랑 끝에서 날아오를 것처럼 매서웠다.
양 씨가 처음 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10년. 그해 대학을 졸업한 양 씨는 ‘무엇이든 손대면 대박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사업자금을 모아 패션 아이템 사진 촬영을 아이템으로 잡고 무작정 창업했다.
하지만 의욕만으로 사업을 잘할 수는 없었다. 사진을 찍는 것에 자신은 있었으나 패션 사진 촬영에 필요한 전문성과 노하우가 없었다. 사업 초기에 잡았던 일감도 금방 떨어졌다. 양 씨는 1년 6개월여 만에 사업을 접었다. 남은 것은 빚뿐이었다. 스튜디오 임대(132㎡)와 사진사 비용 등으로 20대 나이에 빚만 3억5000만 원인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자신감 넘치던 인생이 갑자기 벼랑 끝에 몰린 셈이다.
추락 위기에서 ‘죽지 않으려면 살려는 노력밖에 없다’고 생각한 양 씨는 친구 등에게 진 빚부터 어떻게든 해결하자는 생각으로 우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건강을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은 당시 한국에는 생소한 ‘크로스핏’(Crossfit·여러 종류의 운동을 섞어 하는 피트니스 프로그램)이었다. 양 씨는 크로스핏을 하면서 친분 유지 차원에서 주변의 운동하는 사람들을 촬영하고, 이야기를 적는 블로그를 꼼꼼하게 운영했다. 그렇게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어느새 국내 크로스핏 커뮤니티의 중심이 돼 있었다.
크로스핏이 점차 알려지자 양 씨의 블로그를 눈여겨본 한 스포츠웨어 대기업이 초대했다. 단순 블로거를 초대한 자리였지만 양 씨는 ‘살아야겠다’는 본능으로 ‘기회’임을 직감, 시간을 더 주면 사업 제안 프레젠테이션을 하겠다고 제안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면서 양 씨는 어머니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해서 2013년 1월 창업했다. 그는 1년 만인 2014년 신용불량자 딱지를 떼고 현재의 ㈜투애니나인을 세웠다.
양 씨는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사무실 없이 24시간 카페를 전전하며 일했다. 첫 사업 때 대책 없이 큰 사무실부터 빌리고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일의 특성상 사무실 없이도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생존형 사업가’가 된 것이다.
매일 자고 먹는 5∼6시간 정도를 제외하면 일만 하고 있다는 양 씨는 “아직 사업 초기이기 때문에 잠시도 쉴 수 없다”며 “매 순간을 중요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벼랑 끝에 서보고야 깨달았다”고 말했다. 양 씨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을 때 실패는 큰 자산이 됐고, 몰입하는 삶을 살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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