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집중력 높이는 방법? ‘동반자 중 첫 버디’에 올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하명기 와이즈 포스트 컨설팅 그룹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성암로 중소기업DMC타워 내 집무실에서 취미로 수집한 도자기로 만든 골프 트로피를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하명기 와이즈 포스트 컨설팅그룹 대표

하명기(51) 와이즈 포스트 컨설팅 그룹 대표는 사업전략 전문가다. 건축물로 따지면 설계를 해주는 업무로 주로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비즈니스 전략 또는 경영전략을 짜내는 컨설턴트다. 지금까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국립중앙의료원의 의뢰를 받아 의료체계 전략 컨설팅을 비롯, 도로공사 하이패스 컨설팅, 전국 공항 15곳 활성화 전략 등이 하 대표가 해온 굵직한 성과다.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성암로 중소기업DMC타워 내 와이즈 포스트 컨설팅 사무실에서 하 대표를 만났다. 집무실에는 골프전문 화가 김영화 화백이 도자기에 골프 그림을 넣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 우승 트로피 3개가 눈에 띄었다. 이 도자기 트로피들은 김 화백이 그동안 딱 3개 대회에서만 제작한 것이다. 매 대회 2개씩만 만들었고 하나는 대회 챔피언이, 나머지는 하 대표가 소장본으로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2000년부터 골프에 입문한 하 대표의 골프 역시 ‘전략 골프’를 구사한다. 30대 초반 한국능률협회 전략팀장 재직시절이었다. 사내에서 골프 장려 문화 덕에 골프만 잘 쳐도 연말이면 성과급이라는 ‘가욋돈’이 짭짤했을 정도였다. 회사는 골프를 부지런하고 노력이 필요한 운동으로 규정했고, 골프를 통해 다방면으로 능력을 볼 수 있는 한 평가방법으로 도입했던 것. 한때 제주 중문골프장을 빌려서 워크숍을 하면서 직장 동료 100명 이상이 골프 라운드를 했고, 참가자가 넘칠 때면 인근 골프장 두 곳을 더 빌렸을 정도였다.

하 대표는 인센티브 욕심에 골프를 시작했다. 그의 첫 목표는 연초에 ‘100타 깨기’였고, 연말이 되자 90대 스코어에 진입해 두둑한 성과급을 받았다. 물론 골프 목표에 미달해 성과급을 정말 못 받은 동료도 있었다. 이때부터 골프에 재미를 붙였던 하 대표는 컨설턴트 업무 특성상 일하는 시간이 따로 없었다. 밤새우는 일도 많았고, 불규칙한 업무 특성상 연습장은 고사하고, 실전 라운드 기회가 적었다. 월 1∼2차례 정도에 불과했다. 주말골퍼이다 보니 한 번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한 번에 무너지는 것은 중간에 포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하 대표는 “연습 안 하고 잘 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며 고민에 빠졌다. 그가 찾아낸 방법 중 하나가 골프 칠 때는 실천 가능한 목표 한 가지를 정했다. 뜻대로 스코어를 만들어 내지는 못하겠지만, 동반자 중에서 가장 먼저 ‘버디’를 하자는 목표였다.

하 대표는 “이렇게 하다 보니 라운드 초반 집중력이 좋아졌고, 신중한 샷도 이어졌다. 동반자 중에서 제일 먼저 버디를 하는 경우가 10번 중 7번이 될 정도로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기선제압이며 동반자들에게 ‘잘 친다’는 첫인상도 심어줬다.

이를 위해 하 대표는 라운드할 때 한 시간 전에 도착해 몸을 풀어주고 연습 그린에 올라가 퍼팅 연습을 하며 준비과정도 잊지 않았다.

또 한 가지는 늘 자신만의 스코어 카드를 적는다. 캐디에게 맡기는 대신 늘 홀마다 타수를 계산하면서 퍼트 수나 잘못된 점도 적어 놓는다. 이렇게 하니 하 대표는 최근 10년 동안 ‘100타’를 넘겨본 적이 없다. 나름대로 전략을 세운 덕이라고 생각한다. 전후반 편차가 없고 18홀을 돌아도 80대 중반에서 많아도 90대 초반 정도의 일관된 스코어를 자랑하는 것도 이 덕이다. 10년 전 중국 출장 때 기록한 86타가 베스트라는 하 대표는 라운드 약속을 했던 일행 셋이 일이 생겨 골프장에서 ‘조인’한 일본인 부부, 중국인과 함께 라운드했을 때의 일이라고 말했다.

2003년 컨설팅 회사를 창업한 하 대표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시간을 쪼개 쓰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을 비롯, 종로구 평창동과 강남구에 사무실과 매장을 여럿 갖고 있다. 전략 컨설팅 사업을 비롯, 최근 롯데백화점 내 6곳의 매장에 신규로 명품 브랜드 론칭을 시작했고, 출판사, 인터넷 신문 및 쇼핑몰 사업 등 7가지를 병행하고 있다. 3개 대학(성균관대 한성대, 한양대) 겸임교수도 겸하고 있어 하루에 4시간 이상 잠을 잔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라는 것.

하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13년 이상을 중국 무술인 쿵후로 몸을 단련했기에 체격에 비해 장타자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220∼230m 정도. 쿵후는 안정된 기마 자세를 바탕으로 하체를 버텨야 고난도 기술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하체 움직임이 좋은 하 대표의 골프 어드레스 자세 또한 일품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 대표는 “시즌 중에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나가기 빠듯한 편이다. 하지만 라운드 일정만 잡히면 평소와는 달리 긴장하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는 게 골프”라면서 “막상 필드에 가면 긴장감은 눈 녹듯 사라지고 동반자들과 편안하게 즐기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골프를 마치면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고, 장시간 골프를 하다 보면 몸이 모두 다시 세팅된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 4∼5시간은 일을 잊게 되고 재충전을 할 수 있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자신과 같은 주말골퍼라도 ‘전략’만 잘 세우고 실천하면 즐거운 골프로 만드는 세 가지 노하우를 전했다. 첫 번째는 마인드 컨트롤. 라운드 일정이 잡히면 관심을 두고 머릿속으로 라운드 모습을 튜닝하는 것이다. 라운드 전날까지 취침 전 20분 정도는 ‘내가 필드에 와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코스를 이렇게 공략하겠다는 이미지 트레이닝이 필요하다는 것. 두 번째는 퍼터는 항상 보이는 곳에 놓아야 한다. 감각을 유지하려면 퍼팅 연습이 최고의 방법이다. 매일 즐거운 마음을 갖는다면 금상첨화. 세 번째는 라운드 나가면 목표를 분명히 하고 나서야 한다. 특히 ‘파3 홀’이나 ‘파5 홀’은 어떻게 공략할지 분명한 포인트를 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