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글 이야기>우겨넣다?욱여넣다!

  • 문화일보
  • 입력 2017-01-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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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실을 나열식으로 ‘우겨넣은’ 점이 문제다.

‘오바마(Obama)’에 게으름뱅이(bummer)를 ‘우겨넣어’ Obummer로 쓴 ….

최근 국회에서 ‘역사교과서 폐기 촉구 결의안’ 등에 관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회의가 열렸지요. 폐기를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첫째 인용문 내용인데요. 여기서 ‘우겨넣은’은 ‘욱여넣은’으로 고쳐야 합니다. ‘욱여넣다’는 ‘주위에서 중심으로 함부로 밀어 넣다’란 의미입니다. 인용문에선 물리적인 의미라기보다는 너무 많은 내용을 실은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입니다. ‘우기다’는 ‘억지를 부려 제 의견을 고집스럽게 내세우다’란 뜻으로 ‘우겨넣다’로는 활용할 수 없습니다.

둘째 인용문의 ‘우겨넣어’ 또한 ‘욱여넣어’로 써야 하는데요. 미국의 한 백인 남성교사가 곧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하하며 지역방송의 페이스북에 올린 댓글 중 일부입니다. 인종 갈등에다 사상 최악의 진흙탕 싸움이 된 대선을 치르면서 더 노골화한 계층 간 갈등까지 먼 나라 이야기로만 볼 수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보수와 진보라는 미명 아래 앞뒤 맞지 않는 공약을 서로 자기 것이라고 우기며 공약집에 욱여넣는 구태도 여전합니다.

자기 욕심을 채우는 데 급급해 받아선 안 될 돈을 금고에 욱여넣거나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가 뒤늦게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는 사람들을 보면 탐욕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거기서 놓여나려면 끊임없이 생겨나는 욕심을 흘려보내는 연습이 필요한데요. 자기 내면의 거울을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거울에 왜곡되지 않은 자신의 얼굴을 비쳐 볼 수 없다면 거울을 닦아야겠지요.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아침저녁 세수하듯이 닦는 게 일상이 될 때, 욱여넣기보다 흘려보내기를 선택할 때 탐욕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할 겁니다.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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