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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미숙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03일(金)
통상강국 향한 한국版 NTC(국가무역위원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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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국제부장

도널드 트럼프시대 개막 후 전 세계가 혼돈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환율이 요동치고, 거대 기업들의 주가가 일희일비하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한국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 독일에 대해선 환율과 무역 문제와 관련해 협박성 발언을 날리면서도 한국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파견, 동맹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국방장관을 일본이나 영국에 앞서 한국에 먼저 보낸 것은 한·미 동맹을 중시한다는 점을 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한 행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을 이유로 한국을 괴롭히는 중국과 핵 개발에 골몰하는 북한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미국 대선 이후 국내 일각에서 제기됐던 한·미 동맹 우려론은 매티스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상당 부분 해소될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력 강화 방침을 견지하는 데다 아태지역에서 미군의 역할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미 동맹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방위비 분담 문제는 협의 가능한 이슈다. 북한의 핵 협박으로부터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안보를 강화하자는 데 돈 몇 푼 더 내는 게 무슨 대수겠는가. 한국은 그만한 수준의 경제력을 갖고 있다. 합리적 협상을 거쳐 결정만 된다면 여론 설득에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아산정책연구원 설문조사에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군사적 압박 강화론은 2015년 5.9%에서 지난해 9.3%로, 경제적 압박 강화론은 28.4%에서 41.6%로 높아졌다.

매티스 장관 방한을 계기로 한·미 동맹에 대한 우려가 일차적으로 해소된 만큼, 앞으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이슈와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 및 통상, 환율 문제에 대한 인식 차를 좁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통상 컨트롤타워는 붕괴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대미 통상 문제가 화급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여전히 우왕좌왕하고 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이 트럼프 행정부 고위인사들과 회동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게 한국 통상외교의 현주소다. 이것은 현안을 관료적으로 접근하는 산업부의 태도에 일차적인 원인이 있지만, 통상 문제를 산업부에 몰아준 박근혜정부의 잘못된 정부 구조 개편에 더 큰 원인이 있다.

박근혜정부는 외교통상부 내에 있던 통상교섭본부를 없앤 뒤 통상을 산업부 쪽에 붙였다. 김대중정부 때 통상산업부에서 분리돼 외교통상부에 자리 잡은 통상교섭본부는 통상 문제를 국가외교전략 차원에서 다루며 한·칠레 FTA, 한·미 FTA 등을 성공리에 타결 짓고 FTA시대를 개척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뚜렷한 이유 없이 통상을 산업부 쪽으로 넘겼다. 이후 한·중 FTA 등 통상 문제는 산업부적 시각으로 재단되기 시작했다. 산업부는 산업부문별 이해관계에 발이 묶인 탓에 국가전략 차원에서 외교와 통상을 연결 짓는 데 실패했다. 산업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근저에 깔린 미국의 외교전략적 함의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과거는 과거다. 박 대통령이 탄핵사태에 내몰렸는데 박근혜정부의 정부 구조 개편 오류를 이제 와서 비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만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반복됐던 땜질식 처방을 청산하고, 21세기 통상에 대한 비전으로 새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국가무역위원회(NTC)를 신설하고 미·중 전문가 피터 나바로를 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외교부와 산업부에서 더부살이하던 통상을 아예 대통령직속기구로 독립시키고, 정파를 뛰어넘어 통상외교 경험과 비전을 갖고 있는 거물급을 위원장으로 위촉해야 한다. 한국의 대표적 대미 통상 전문가인 한덕수 전 총리나 미국 워싱턴 경제 분야에 인맥이 넓은 사공일 전 재무장관 등 원로의 발탁도 검토해 볼 만하다. 한국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인 만큼 NTC가 필요한 곳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여야는 대권 싸움만 하지 말고 최소한 통상 문제에 대해선 누가 권력을 잡든 간에 확실히 대통령이 직접 나라의 통상 생명줄을 챙기고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먼저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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