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한은총재 “美 보호주의 빠르고 강해… 수출 낙관 못해”

“올해 무역환경 커다란 변화
정부 대응책 매우 중요해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가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다”며 수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이 총재는 8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새해 들어 불과 한 달여 사이에 기존 세계무역 질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앞으로 수출 여건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무역 환경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정부가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할 현안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수출에서 큰 대외 여건의 변화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꼽았다. 이어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추진하면서 특정 몇 개국에 환율 조작을 경고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를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행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당초 공약 중 어느 정도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했고 정책으로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봤다”며 “그런데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대로 높기 때문에 요즘처럼 심리 위축으로 민간소비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수출 부진은 곧바로 성장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상당한 경험과 정보, 네트워크, 인적자본을 축적해온 민간부문과 공조해 다가올 파고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수출이 증가한 것과 관련해선 “수출 실적 개선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이라며 “수출 개선이 지속하면 설비투자 등 내수 회복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