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년 된 지방자치… 재정권한·책임 分權확대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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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수 / 경희大 후마니타스 칼리지 객원교수

민선 자치가 부활한 지 20년을 넘겼다. 사람으로 치면 성년이 된 셈이다. 그 과정에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많은 변화와 성장이 있었다. 양적으로는 중앙정부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중앙과 지방의 관계는 상하 수직적인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은 여전히 실질적인 권한도, 자율성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 재정 자주권이 악화하고 있다. 지방이 쓰는 돈이 양적으로는 많이 늘어났지만 실상은 국가 사무를 지방으로 넘겼음에도 돈은 그보다 적게 넘기면서 지방 사무는 늘어난 반면 재정적인 부담은 훨씬 커진 것이다. 그리고 중앙의 지침과 지시대로 움직여야만 하는 대리 역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앞으로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의 복지 재정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2013년 영유아 무상보육사업, 2014년 기초연금, 2015년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했고, 이는 고스란히 지방정부의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이 스스로 결정해서 쓸 수 있는 돈의 비중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역 발전 예산도 문제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10조 원 규모의 지역발전특별회계라는 것이 설치돼 있다. 그런데 초기와는 달리 기획재정부의 권한이 강화돼 왔다. 그 결과 2008년부터 2016년까지 8년 사이에 전체 지원 규모가 21% 증가했지만 대구는 30.3%, 경북은 56.7% 늘어난 반면 광주는 13.2%, 전남은 0.4% 감소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예산조차 중앙의 정치가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방자치 수준은 분권화의 정도로 판단한다. 행·재정적으로 예속돼 있는 지금의 구조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문제는 권한도 책임도 없는 상황에서 지방자치제는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무용론까지 등장한다.

해법은 분권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권력 분권이다. 그래서 중앙정부에서 입법·행정·사법의 3부를 독립시키는 것이다. 지방자치도 마찬가지다. 중앙과 지방, 지방과 지방 간의 권한과 책임을 늘려주는 분권 확대가 지방의 발전, 더 나아가 국가 발전에 효율적임이 입증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국가는 지방자치의 강화, 분권의 확대로 이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