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신장개업’ 자유한국당과 保守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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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한림대 교수 정치학

새누리당이 오는 13일부터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기로 결정한 데 이어 9일에는 새로운 정강·정책을 확정했다. 새누리당의 당명 개정에 대해 야당은 “개명(改名) 세탁”이라고 비난하지만, 지난해 4월 제20대 총선 전부터 있었던 당명은 ‘정의당’밖에 없기 때문에 원칙 있는 비판이라고 하기 어렵다.

외견상 새누리당의 몰락은 지난해 4·13 총선 공천에서 시작됐고, 총선 패배를 수습하지 못한 채 내분에 휩싸였다가 최순실 사태로 결정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추락했다. 그것보다 새누리당이 몰락한 진짜 원인은 무이념·무소신의 이념 잡탕 정치, 그에 따른 파벌 형성과 내분에 있다고 봐야 한다. 당원들 간에 합의된 원칙도, 국익을 위한 공동의 노력도 없는 정당이니 무능하고 분파적이며 비효율적이었다. 이념도 없고 ‘국민 행복’이라는 목표도 상실한 채 계파의 이익을 좇아 만들어낸 공천이었으니 국민은 실망했고 총선 패배는 필연이었다.

그러면 새로 태어날 자유한국당의 살길은 무엇인가? 과거의 관행을 ‘철저히’ 버려야 한다. 개명과 함께 질적인 변화를 실현하지 않고는 또다시 추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박근혜 대통령을 팔아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하거나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이들은 탈당하거나 백의종군하면서 국민에게 속죄해야 한다.

또, 검토만 했지 어떤 정당도 실천에 옮기지 못한 불체포 특권 등 국회의원이 가진 모든 특권을 먼저 내려놓고 일반 국민과 같아져야 한다. 세비 동결, 무노동 무임금은 물론, 제 돈 내고 KTX 타기, 항공기 이코노미 클래스 타기, 손수 운전하기, 당외 인사들로만 구성된 윤리위원회 구성 등 특권 내려놓기를 어느 정당보다도 강도 높게 실천해야 한다. 사심을 버리고 원칙과 정도로 나아갈 때 권한 남용과 부정부패에서 자유로운 정당을 만들 수 있다. 하여가(何如歌)나 부르며 자기 보신에 열중했던 인사들이 모인 웰빙 정당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이념이 있고, 소신이 있는 ‘보수(保守)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정당이란 “어떤 특정한 원칙에 의해 공동의 노력으로 국익을 증진하기 위해 뭉친 사람들의 집단”인데 ‘보수 정당’을 자임했으면 보수의 가치를 분명히 해야 한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를 자칭하는 정치인이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를 맡았었으니, 국민은 이념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사상의 자유가 있고 또 존중받아야 하지만, 좌·우를 잡탕으로 섞는 것은 무이념과 무소신을 감추기 위한 철학 없는 정치인들의 변명일 뿐이다. 경제는 좌파, 안보는 우파라는 이념적 부정합을 대단한 정책인 듯 자랑스럽게 내세우며 중간층 표를 끌어모아 승리할 수 있는 선거 전략으로 내세운다면 반기문의 ‘반반(半半)’ 전략처럼 한순간에 허망하게 끝나 버릴 수 있다.

철학자 에드먼드 버크는 ‘보수’를 “과거에서 이어받은 물질적·정신적 유산을 변화를 통해 지켜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래서 보수란 변화를 거부하는 완고함과 다르고, 과거를 인정하기에 이성적이며, 물질적 토대를 높이기에 따뜻하다.

자유한국당이 진정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정당이 되려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핵심 가치로 분단 대한민국의 안보를 굳건히 할 것임을 천명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빨리 국정 혼란을 수습하고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먹고살 수 있게 하기 위해 자유·시장·안보라는 정도(正道)를 지향하는 것이 자유한국당이 가야 할 길이고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