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할 수 없는 언어를 찾는… 곡진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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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슬 시집 ‘잃어버린 골목길’

김구슬(64·협성대 교수) 시인이 15일 서정시집 ‘잃어버린 골목길’(서정시학)을 펴냈다. 2009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한 이후 첫 시집이다.

첫 번째이지만 1930년대 ‘시인부락’의 동인 김달진(1907∼1989)의 딸답게 시간에 대한 섬세한 기록을 담고 있다. 특히 평생 시와 한학에 매진했던 부친에 대한 기억이 각별하다.

“책상 앞에 단정히 앉으신／ 초연한 아버지／ 복잡한 표정의 엄마,／ 노을처럼 안도가／ 주르륵 흐른다.”(‘아버지를 그리며’ 부분)

“돌담 아래 둘러앉아 막걸리 잔을 주고받자／ 안방에서 그림처럼 앉아 있던／ 시인이 슬그머니 툇마루를 내려온다.”(‘깃발의 소곤거림-2011년 가을 김달진 생가에서’ 부분)

김 시인은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후 미국 UCLA대 객원교수를 거쳐 한국 T S 엘리엇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대영미시 산책’을 쓰는 등 평론가로 왕성히 활동했으나 정작 시인으로 등단한 것은 8년 전이다.

김 시인은 “많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사라졌다. 감정을 요구하고 있었다”며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언어를 찾기 위해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다시 시작해야 했다”고 말했다.

순우리말인 ‘구슬’이라는 이름은 부친이 직접 지었다. 두 딸의 이름(최소담-단아)도 부친이 한글로 지은 것이다. 최동호 한국시인협회장이 남편이자 문학적 동료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그의 시편에는 경험적 기억을 통해 현재 자아의 마음에 따라 조정된 ‘시적 시간’을 구성해가는 과정이 곡진하게 담겨 있다”고 평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