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 이재용 구속과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끝내 구속된 데 대해 삼성그룹은 물론 국내외 경제계도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3대에 걸친 79년 삼성 역사에서 총수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당장 삼성그룹에선 “앞이 캄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삼성의 짤막한 입장 발표엔 당혹감이 담겨 있다.

한국경제에서 삼성의 비중은 설명이 필요 없다. 삼성전자로만 국내 제조업 매출의 11.7%, 영업이익은 30%를 점한다. 국내 기업의 플래그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 선장이 유고(有故) 상태가 되면서 경영 차질은 불가피해졌고,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도 작지 않을 것이다.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경영 전면에 나서 중요한 고비 때마다 승부수를 던졌다. 80억 달러 규모의 하만 인수를 포함해 15개 해외 기업을 사들였고, 갤럭시노트7 단종이라는 초강수 또한 그의 작품이다. 오너 결단이 필요한 사안은 올스톱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지연된 인사·채용 및 올해 경영계획도, 얼마 전 밝힌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불투명해졌다.

가장 걱정되는 것이 기업 가치 하락이다. 벌써 외신들은 ‘삼성 후계자 부패 스캔들로 구속’ 등의 속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삼성은 지난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59조 원의 가치로 7위에 오른 초우량 글로벌 기업이다. 그러나 경쟁 기업이 부패 기업이라고 공격을 해대면 신뢰 추락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 등 국제 제재도 염려해야 할 처지다.

재계에서는 수출 부진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가뜩이나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상황이 엄중한 터에 최대 기업 오너의 구속은 과도한 법 적용이란 반응이 주류다. 기업인은 모험적인 투자로 승부를 걸어야 하지만, 한국에선 기업활동 자체가 모험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진출한 외국 기업인들이 지난 13일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에게 기금 강요, 불투명한 정책, 노동 문제 등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 개선을 요구한 것은 국내 규제 현실을 보여준다. 16일에는 중소·중견기업들까지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과도한 기업 규제”라며 국회의 상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그러잖아도 겹겹 규제로 지뢰밭을 걷듯 기업 활동하는 처지에 정치 리스크까지 가세해 기업을 옥죄는 판이다. 기업이 의욕을 잃고 투자·고용을 꺼리면 결국 일반 국민이 고달파진다.